제주물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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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물이 귀한 곳이다. 섬에서 퍼낸 물을 내다 판다는 곳도 제주도밖에 없을지 모른다. 작은 섬에 높은 산이 있어 지하수를 함유할 수 있는 천혜의 지형을 타고나 지하수의 개발과 더불어 물이 풍족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이제는 물의 가치를 높여야 할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

제주에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 그러나 1차 산업과 관광산업에 매달려 있는 제주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원이 워낙 한계를 갖는다. 관광과 연계하여 스포츠산업을 육성한다고 이곳저곳 건설한 골프장은 이미 수익성의 분기점에 다가서는 듯 보이며, 귀한 제주의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업체로 바뀌었다. 2004년 말을 기준으로 지하수를 많이 사용하는 상위 업체 20개사 중에 골프장이 12개사로 가장 많고 호텔 및 숙박업이 5개사이며, 제조업은 8번째로 물을 많이 쓰는 삼다수 1개사이다.

골프장 한 곳이 200~300명의 고용창출과 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귀한 물을 함부로 낭비할 만큼 특혜를 주는 일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이제 제주물은 주민생활에 불가피한 생활용수와 생업에 직결된 1차 산업을 제외하고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적 이용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돗물의 불신으로 생수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제주삼다수가 국내시장 브랜드 가치와 점유율 1위로 올라섰으나, 취수량의 제한으로 그 위치를 지키는 일이 위태롭다고 한다. 지하수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없는 범위에서 취수량을 늘려, 제주물의 공익적 사업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를 느낀다. 얻어지는 이익금을 지방재정의 세원으로서, 그리고 제주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하면 되는 일이다.

개발과 보존은 늘 모순된 관계를 갖는다. 단지 이들 사이에 조화를 이루는 일이 현명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취수량을 늘림으로써 환경파괴와 더불어 제주물의 고갈을 우려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삼다수의 취수량을 2배로 늘린다고 해도 전체 지하수 개발량의 0.1% 수준에 불과하며, 표선유역 개발 가능량 하루 20만 톤 중에 1%이다. 물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S골프장의 70% 수준으로 올라가는 정도이다. 수자원의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여기에서 얻어지는 재원으로 또 다른 물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귀한 제주물의 사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과학적인 검증도 필요하다. 이용이 가능한 지하수의 함량을 정확히 산출할 수 있는 연구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는데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이 지하수 문제이다. 중산간의 개발로 해안가에 쏟아 오르던 물이 메말랐다고 물의 고갈만을 주장할 일이 아니다.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제주의 모든 물 문제를 지하수로 해결한다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 앞으로 계속하여 늘어나게 될 물의 수요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설구축에 재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어승생댐과 같은 식수용 저수지도 필요하며,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하여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나 해안용천수의 활용도 필요하다. 물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호텔 등에서의 중수 이용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문제는 투자재원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이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체계화시키며, 후세까지도 물문제로 시달리지 않도록 지금부터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지하수 이용으로 얻어지는 세원을 물 수급에 재투자함으로써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개인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지하수 판매는 당연히 막아야 한다. 그러나 모처럼 브랜드의 가치를 창출한 삼다수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생수시장의 점유율을 유지함으로써, 제주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도록 밀어주는 일은 제주발전에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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