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짱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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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외교는 배수의 진을 친 외교방식이다. 물러설 곳이 없음을 상대에게 알려 상대를 굴복시키는 전략이다. ‘위험을 무릅쓴 배짱외교’인 벼랑외교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한 외교방식을 즐겨 쓰는 나라가 북한을 비롯한 사회주의권 국가들인데 이들이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에 고개를 내민 시기가 이때부터다. 이들은 독일의 베를린 장벽 붕괴와 옛 소련의 와해 등을 거치면서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모색하게 됐으나 이들 체제가 갖는 독특함으로 벼랑외교를 고집하고 있다. 북한의 예에서 보듯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권한을 위에서 갖고 있기 때문에 협상테이블에 앉은 협상가는 대안을 제시할 수 없는 앵무새 역할만 하고, 그 결과가 벼랑외교로 나타나고 있는 것.

벼랑외교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은 짭짤하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이 타결될 경우 그 결과물은 당연히 이 전략을 구사한 쪽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북한 역시 숱한 협상을 통해 ‘챙길 것은 다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그 협상 파트너인 우리나라 등은 ‘끌려 다니면서 내줄 것 다 내줬다’는 쓴 소리를 듣곤 했다.

<>전문가들은 협상에 임하는 전략으로 4가지를 권하고 있다. 그 첫째가 별도의 카드인 대안이다. 다른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협상 거부다. 때때로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최선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협상이 깨지지 않는 범위내에서 타결을 지연시키는 등 시한을 활용해 상대의 애간장을 태우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약을 적극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내 목숨을 걸고...”라는 식으로 스스로를 구속해 상대를 꼼짝할 수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 네가지 전략에서 벼랑외교는 대안을 뺀 나머지 전략을 끌어안고 있다.

벼랑외교는 그러나 위험하다. 상대의 불수용으로 협상은 결렬된다. 또한 무리한 요구로 비쳐질 경우 상대에게 강한 불신감을 준다.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고 소문을 낸다. 북한도 이러한 위험을 수없이 감수했고, 그 위험은 한반도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졌다.

<>제주도는 그동안 수차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특별자치도의 틀을 놓고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를 벌여 지금의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재정확보 등 미흡한 점이 상당한 것 같다. 이는 서로 똑같은 위치에서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힘이 세고 제주는 세가 약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배짱전략을 구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앞으로도 많은 협상이 예비 돼있다. 협상에선 벼랑외교식 배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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