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확산으로 닭고기와 계란 소비가 급격히 줄고 가격 또한 폭락세를 이어감에 따라 농가를 돕기 위한 소비확대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에 찬물을 끼얹는 상혼(商魂)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주범들은 일부 대형 할인매장들이다.
보도에 따르면 계란(특란 10개 기준)의 경우, 최근 산지 평균가격은 580원으로 지난 9월보다는 34%(300원)나 폭락했다. 생산비 847원의 68% 수준이다. 파는 게 오히려 손해다. 그렇다고 남아도는 계란을 그냥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농가는 사료 등을 줄여가면서 인위적인 산란조절에, 그리고 생산자 단체는 삶은 계란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제주도와 4개 시. 군, 농협 등도 ‘1인 하루 1계란 먹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제주산 계란의 청정성을 알리며 소비확대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계란 값 폭락세가 실제 판매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데 있다.
주부교실 제주도지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장바구니 물가동향’에 따르면 제주시내 대형 할인매장 판매가(10개 기준)는 1079원이었다. 지난 9월 1252원에 비해 14% 하락에 그쳤다.
산지 하락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할인매장은 오히려 1280원으로 올려 판매하고 있었다 한다.
분통이 터질 일이다.
소비확대 운동에 편승해 돈만 챙기려는 비정의 상혼이 아닐 수 없다.
이러고선 소비자들로부터 소비욕구를 확대 재생산할 수 없다.
소비확대의 몸부림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지금 도내 양계농가는 경영난으로 하루하루가 시름의 나날이다.
그렇잖아도 비수기에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니 이중 삼중으로 겪는 고통의 심정 오죽할까.
관련 업계가 도산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빈말이 아닌 시점이다.
진정 할인매장이라면 이럴 때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소비자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다양한 판매촉진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도민으로부터 사랑받는 할인매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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