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마트와 제주지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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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는 지역에서 돈은 서울로?"

시장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자율성과 특수성에 기반한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자본은 이윤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침투하여 공간적으로 종속시키는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어느 지역이 되었든 간에 진출한 자본은 전자 네트워크에 의해 통제되고 자금은 폐장과 동시에 디지털로 변하여 본사에 송금됨으로써 지역의 잉여와 부가 유출된다.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제주 지역도 태풍과 같은 위력을 지닌 거대 자본이 속속 상륙하고 있다. 이대로 묵과하고 방치할 경우 제주지역경제가 뿌리 채 뽑힌다고 해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이미 1996년 11월에 입점한 E마트는 제주점을 필두로 노형점과 서귀포점 등 지역 구석구석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올해 말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삼성 홈플러스까지 합치면 가히 제주도의 대형유통업은 삼성가에 의해서 독식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거대 기업 집단이 지역과 상생을 하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무하다시피 하는 제주경제에서 소상공인들은 지역경제의 허리요 버팀목이었다.

E-마트 입점과 함께 지역 경제의 실핏줄 같은 역할을 담당해 온 중소상인들이 쓰러져 가는 것은 가격파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공급하는 것 이상으로 지역 경제의 희생이라는 대가를 치루고 있다. 제주가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육지부처럼 배후시장이 없다)을 고려할 때 자금의 역내순환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중요하다. 연매출 2000억(2001년 E-마트 제주점 총매출액이 940억을 감안하여 노형점과 합산한 가상치임)이라는 막대한 자본이 역외로 유출되고 역내 농수축산 매입액은 불과 150억(2001년 제주점 기준)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E-마트의 정체는 확연히 드러난다. 물론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 중의 하나라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가치와 이윤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기업의 이윤추구 노력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사회관계가 무너진 사회에서는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제주 사회에 요구되는 것은 총량 위주의 성장이 아니라 양질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모든 사회적 가치들을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에 종속시킬 때 그 사회는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근본적으로는 발전의 원동력을 상실하고 만다.

현재의 제주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도 경기침체로 불항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대형 유통업들의 막대한 수익이 지역 경제의 곳곳으로 흐르지 못하는 데에도 그 원인의 일단이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관점에서 E-마트가 양질의 지속 가능 경영과 동시에 사회책임경영을 통하여 제주 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인구 55만의 조그만 섬에 3개의 대형 매장을 갖고 있으면서 현지법인화를 거부하는 것은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윤리와 사회책임 경영에도 어긋난다. E-마트가 최소한의 양식을 갖고 있다면, 제주지역의 현지 법인화를 통하여 역내 자본의 역외유출을 최소화시키고 고용확대를 통한 도민사회와 연결고리를 더욱 든든히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지역경제와 공생과 번영의 동반자가 되겠다는 첫 신호탄이 된다.

한편 도민사회 역시 값싸고 편한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번영을 함께 고려하는 의식 있는 예방적 소비형태를 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지역경제가 흔들리면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과 후손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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