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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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가 제주를 떠나며 몇몇 이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노라고 글씨 한 점씩을 선물로 주었다. 그 가운데 일부는 후세에게 전해졌고 일부는 종이가 모자라던 시절에 벽지로 사용되었다. 후손들은 그것의 자산 가치를 제대로 모르던 삼십여 년 전에 한 점에 오만 원씩 수집가들에게 팔아버렸고, 벽지로 사용된 것들은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는 운동을 할 당시에 집을 헐고 새 집을 지으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진품과 명품의 가치를 감정하는 모 방송국 텔레비전 프로를 보던 손자는 추사의 글씨가 한 점에 수억 원씩 호가하는 것을 보고는 할아버지의 어리석음을 통탄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이다. 최근에 곶자왈 논쟁을 보면서 혹시 우리 자신이 그처럼 어리석은 조상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모든 것은 그것이 놓인 상황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진다. 옛날에 매우 가치 있던 것이 오늘날엔 가치가 없을 수도 있고, 오늘날엔 가치가 없던 것이 앞으로는 큰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 우스개 아닌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은가. 개발 바람이 불면서 집에서 가까운 기름진 밭을 물려받은 아들은 살기가 어려운데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빌레밭을 물려받은 아들은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곳과 관광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 역시 전혀 다를 수 있다. 얼마 전 공항에서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한 학생에게 물어 보았다. 제주에서 무엇이 가장 흥미 있었냐고. 놀랍게도 ‘도깨비도로’라는 대답을 들었다. 하기야 외국 관광객들도 종종 도깨비도로를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꼽기도 한다. 우리는 쭉쭉 뻗은 넓은 도로를 자랑스러워하는데, 저들은 억새를 스칠 정도로 좁으면서도 구불구불한 길들이 제주다워서 더 좋다고 한다.

몇 해전 북제주군의 군유지였던 약 1백만평의 교래 곶자왈 지역이 200억원에 한 기업에 팔리게 되면서 최근에 개발여부를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이른바 한라산리조트 개발 사업이 그것이다. 쓸모없는 땅에 골프장, 사파리, 숙박시설 등을 만들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면 지역경제도 활성화되어 좋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지던 곶자왈이 지금에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지질학적, 환경적, 생태학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한 식물학자는 거기에 있는 식물들의 가치만 따져도 수 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다가 청정 지하수를 만드는 기능까지 덧붙인다면 교래 곶자왈의 가치는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물론 보는 이에 따라 멸종 위기 동식물인 으름난초나 애기뿔소똥구리보다 인간의 삶이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야생종도 그것이 가져올 수 있는 상업적 이익과 심리적 즐거움 모두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평가된 적은 없다. 훗날 우리 후손들이 그 생물종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면, 새로운 상품으로 이용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연의 심미적, 생태적 가치 등도 인간의 행복에 기여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자연의 가치는 금전적 가치 이상으로 중요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곶자왈은 세계적으로 소중한 자연 유산이다. 따라서 손대지 않고 자연 저 그대로 둘 때 곶자왈은 세계적인 생태 탐방 코스가 될 수 있다. 물론 곶자왈을 보전함으로써 얻어지는 곶자왈 관람료와 먹는 샘물(삼다수) 판매 수익의 일부분은 인근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다시 곶자왈을 보전하는 데 쓰여야 한다.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곶자왈을 파괴하는 어리석은 조상이 되어선 안 된다. 따라서 곶자왈 보전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지만 않다면 우리는 후세를 위해서 곶자왈을 잘 보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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