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 擇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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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삼라만상이 치밀한 자연 질서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고 믿었던 옛 사람들은 그 질서를 음양오행에 따라 역학(易學)으로 정립해 놓았다.

그리고 정해진 운명으로부터 자기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길일(吉日)과 흉일(凶日)로 나누고 길일만을 택해 일상의 대소사를 치렀다.

인생대사 중 대사인 결혼택일은 ‘날받이’ 또는 연길(涓吉)이라고 불렀다.

택일(擇日)을 하려면 오행(五行)을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신랑 신부의 나이와 일진에 따라 생기복덕일(生氣福德日)을 가려낸 뒤 살이 든 날을 빼고 복이 든 날을 택한다.

▲특히 양가의 부모가 혼인한 날, 두 집안의 불길했던 날, 제사일, 농번기, 삼복이 낀 달, 마지막 달은 피하고 택일했다.

그래서 1년 365일은 결혼에도 좋은 날, 나쁜 날, 무난한 날 ‘손 없는 날’로 나뉘어 진다.

또 결혼 당사자들의 생년 생월 생일 생시(사주)와 연결시켜 택일하는 것이므로 ‘모두에게 길한 날’은 애당초 성립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무슨 무슨 날’이니 하여 결혼에 좋은 날이라고 떠드는 것 자체가 일종의 사기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결혼 택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인용하는 말은 ‘역학에서 음양의 조화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날’이 바로 좋은 날이라는 것이다.

기왕이면 좋다는 날을 택일해 결혼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겠으나 도리에 어긋나지 않는 결혼이라면 농경시대의 옛 시간 개념에 따라 구태여 날을 가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또 ‘길일 운’이라는 것이 당일에만 유효하고 결혼생활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역술인들의 얘기이고 보면 굳이 좋은 날이라고 한데 몰려 북새통을 벌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요즘 북한에서는 ‘점(占) 집’이 많아졌다고 한다.

특히 과학 역학을 내세운 점술가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 공산 사회주의체제에서 ‘점’이 어떻게 해서 인정되고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하기만 하다.

하기사 기자도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지만 일간신문에 난 ‘오늘의 운세’를 보는 습관이 생겨났다.

일진(日辰)이 사납다고 생각되는 날이면 웬 지 모르게 하루가 위축되는 일이 많으니, 택일 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면서 한편으로는 스스로 그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좋은 게 좋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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