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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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매일이다 싶게, 어떤 때는 두서너 군데도 결혼 축하하러 예식장을 찾는다. 그런데 예식장에서의 느낌은 “이게 아닌데…”라는 서글픔이 밀려들어 나 자신을 더욱 슬프고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새로운 인생을 엮어가기 위하여 새출발하는 결혼식이고 보면 맘속에서 우러나는 정성어린 축의금과 진심을 담은 축하와 축복을 선사함이 당연지사라 그렇게 함이 좋으련만 그게 아닌 것 같아 씁쓸해짐을 금할 수 없어 몇자 피력해 본다.

정성과 진심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서로에게 부담만 되는 겉치레 인사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음은 젯밥에 두고 눈도장 찍기 위하여 찾는 하객(?)들을 보면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이런 현상은 결혼 당사자 보다는 그 부모가 현직에 있는냐, 퇴직했는냐, 또 인척이 누구냐에 따라서 엄청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주변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결혼시즌에는 꼭 인간적으로 인사를 해야 할 곳만 찾아뵈어도 주머니 사정이 안 좋아지는데, 얼굴 알리는 것으로 이해타산하는 사람들은 채무자가 아닌 채무자가 되어 빚(투자라고 생각) 갚으러 다니기에 바빠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어떻게 감당해 내는지 실로 가상하여 다시 한번 쳐다보게 된다.

그런 에너지를 우리 주위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눈길을 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큰일은 현직에 있을 때 치러라, 퇴직하고 나면 ‘개 때릴 막대기도 없다’라는 말이 너무도 와 닿아 사례를 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며칠전 일이다. 사람좋기로 소문난 K분의 큰일에, 죄가 있다면 퇴직한 죄(?)밖에 없는데 찾는 이가 전무하다 싶어했고, 다른 K분의 큰일에는 현직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인기(?)가 짱이되어 문전성시로 발디틸 틈을 주지 않아 불청객이 된 기분을 들게 했다.

큰일을 돌아봄에, 투자한 것 만큼 이윤이 생긴다는 경제논리를 적용하고 있어 어안이 벙벙하고 할말을 잃었다. 세태가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늦게나마 이제야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되돌아 보게 되었고, 세상인심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아 훈훈한 정이 넘치도록 옛정 되찾기 캠페인이라도 벌였으면 좋을 성 싶다.

누구나 치르고 돌아봐야 하는 큰일.

진정으로 경축과 축복, 애도와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그런 상부상조하는 미덕이 어서 빨리 되살아 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前 조천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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