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키워 빚만 는다는 농가들의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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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다고, 산지 소값이 끝모를 바닥행진이다. 하지만 사료값은 그 반대로 뜀박질이다. 소를 키우는 축산농가들의 고통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전국 곳곳에서 남는 게 빚이라고 다들 아우성이다. 급기야 며칠 전 전북의 한 농가에서는 소 아홉마리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사료값은 뛰고 빚이 쌓이자 주인이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겨울 싸늘히 굶어 죽은 소도 애처롭지만, 애지중지 키우던 소를 굶겨 죽인 농가의 심정은 또 오죽할까 싶다.

제주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제 제주도청에서 도내 한우 축산농가 50여 명이 집회를 갖고 정부에 한우를 반납하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고 성토했다. 그들의 외침이 참으로 딱하다. 송아지 사서 30개월 키워 팔면 마리당 100만원 넘게 손해를 본다고 한다. 사료비가 고스란히 빚으로 남아 사육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다. 지난해 150만원을 받던 송아지는 70만원 수준으로 1년새 반타작이 났다. 가뜩이나 거래 자체가 중단돼 정책자금 대출 이자도 물지 못하는 상황이니 어쩌겠는가. 기가 막힐 일이다. 어느 코미디 말처럼 이제 ‘소는 누가 키우나’ 걱정해야 할 판이다.

소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과잉이다. 전국적으로 사육 두수가 적정선을 초과했다. 여기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한우농가들이 빚더미에 눌려 파탄날 게 뻔하다. 축산업이 붕괴 위기의 상황에 몰린 것이다.

정부가 일정 물량을 수매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급한 불을 꺼야 한다.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소값 안정대책이 급선무다.

그러나 이 사태를 보는 일반의 시각에선 선뜻 이해할 수 없다. 산지 소값이 폭락세를 거듭해 농가들은 도탄지경인데, 소비자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일반 서민들의 입장에선 여전히 비싼 한우를 먹어보기가 어렵다. 결국 유통구조가 문제다. 그 왜곡된 구조를 먼저 뜯어고쳐야 농민도 살고, 소비자 부담도 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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