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의 문화, 다시 한번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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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의 문화를 다시 한번 절실히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제주의 땅에서 우리의 누이이자 어머니이자 할머니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일궈온 문화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에 제주해녀의 문화를 잊고 생활하고 있다. 해녀들이 바다 속에서 건져낸 해산물은 아무 거리낌없이 입으로 가져가면서도, 해녀들의 잠수실태나 평소의 일상생활은 늘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젊은 누이들은 해녀로서 물질이라는 직업을 일찌감치 포기한지 오래돼 버렸고, 오랫동안 물질을 해온 어머니와 할머니 해녀들은 점점 고령화되어 이제 서서히 일선에서 물러서려는 시점에 이르게 되었다.

이대로 정말 제주해녀의 명맥이 끊기고 해녀문화의 단절을 지켜볼 것인가.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해야만 할 것인가.

제주해녀는 정확한 역사적 사료로 보면 약 370여 년의 역사, 세종 때 기건(奇虔)목사의 일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560여 년의 역사, 나아가 도내에서 출토되는 발굴유물에 의존하자면 선사시대로까지 올라가는 그야말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 와서 제주해녀들의 설자리가 좁아지면서 존재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것은 왜일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애정과 관심이다. 우리들은 대개 깊은 물 속에서 소라와 전복을 따고 미역과 우뭇가사리를 캐는 작업이 매우 신기하고 특이한 광경이기에, 해녀의 물질모습을 문화자원화 또는 관광자원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제주해녀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는 모두가 관심이 없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이미 연안바다가 망가졌고 그에 따라 소라와 전복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해녀들이 물 속으로 잠수만 하면 언제든지 그것들을 따오는 것처럼 착각한다. 해녀들이 깊은 두통 때문에 잠수할 때마다 두통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구태여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래서 해녀들은 욱신거리며 저려오는 몸을 이끌고 바다로 향하는데도,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숨비소리가 아름답다고만 한다. 그 뿐인가. 날씨가 맑은데도 오늘은 해녀들이 왜 안 보일까 하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무심코 투덜거리기도 한다.

이제 분명해진 것은 현시점에서 제주해녀들의 직업으로서 물질은 더 이상 돈벌이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이다. 따라서 돈벌이가 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강력하게 뒷받침해야만 한다. 하루빨리 연안바다의 오염원을 발본색원하고 감소하는 해산물은 양식어업의 근본을 바탕으로 철두철미하게 정착화를 꽤해야 한다. 이러한 결과의 순이익은 마을어업의 주인공인 해녀들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또한 잠수병으로 멍든 육신을 언제든지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체제가 조속히 확립되어야 한다.

올 여름 쯤엔가 모 지자체에서 제주해녀를 문화재로 지정한다는 보도를 접한 적이 있다. 필자의 관심부족일지는 모르나, 아직 그 결과가 어떻게 됐다는 후속보도는 접하질 못했다. 더불어 제주해녀박물관 건립이 거의 마무리되어 조만간 개관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필자는 이런 일련의 기사를 접하면서, 드디어 제주해녀의 문화가 쇠락할대로 쇠락하여 여러 보고서나 박물관 속으로 박제화 되어 들어간다는 의구심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제주해녀의 문화 지키기에는 반드시 우리의 애정과 관심이 뒤따라야 한다. 제주해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전에, 그녀들에게 당당히 이 시대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기(氣)를 불어넣어 주어야만 한다. 모든 것이 박제화 되어 우리의 곁을 떠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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