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속도
변화의 속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 2300여년전 진나라 효공때 ‘국무회의’가 열렸다. 상앙이 먼저 “성인은 진실로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옛 전통이나 예법에 얽매이지 않았다”며 법 개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감룡은 “관습을 바꾸지 않고 백성을 이끄는 사람이야말로 성인이며, 법을 바꾸지 않고 훌륭한 정치를 행하는 사람이야말로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반대했다.

그러자 상앙은 “현명한 사람은 예를 바꾸지만 못난 사람은 그것에 얽매인다”고 꼬집었다. 옆 자리에 있던 두지가 “백 배의 이로움이 없으면 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며, 열배의 편리함이 없이는 도구를 바꾸지 않는다”고 핀잔을 준다. 이에 상앙은 “정치란 고정된 것이 아니다.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굳이 옛것을 따를 이유가 없다”고 맞선다. 열띤 토론을 지켜보던 효공은 상앙의 손을 들어줬고 이는 후일 진제국 성립의 기반이 된다.

◇ 1998년 토머스 라이더가 리더스 다이제스트의 CEO로 임명됐을 때 이사회로부터 회사의 체질을 바꿀 것을 요청받았다. 변화를 어떻게 이끌 것인가를 고민하던 그는 회사의 상징적인 이미지에 도전한다. 그래서 한 일이 회사가 소장하고 있던 1억 달러 상당의 피카소, 자코메티의 작품이 포함된 예술품을 매각하는 것이었다. 이 소장품은 회사 설립자들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유산이었고, 문화적인 생활방식과 이와 연관된 조직문화를 잉태한, 회사의 상징 그 자체였다.

그러나 라이더에겐 회사가 감당할 수 없는 사치품이자,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했다. 게다가 경쟁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느슨한 조직문화의 연결고리로 인식했다. 따라서 그는 매각 결정을 통해 ‘더 이상 과거 방식은 통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 직원에게 전달했다. 동시에 조직문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 탁월한 리더는 낡은 틀을 깨는데 앞장선다. 과거에 결코 얽매이지 않는다. 그들에겐 과거는 반면교사일 뿐 현실을 바라보는 렌즈가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 또한 오늘을 보는 렌즈가 아니다. 훌륭한 리더의 렌즈는 변화의 추이를 살펴 미래사회를 꿈꾸는 통찰력이다.

이 시대 최고의 비즈니스 철학자로 불리고 있는 경영전략가인 게리 해멀은 변화를 새롭게 정의한다. ‘변화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즉, 요즘 변화는 점진적이지 않고, 혁명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그는 끊임없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재창조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어느 순간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이같은 경고는 지구 반대편에선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