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보다 배꼽이 큰’ 농축산물 가격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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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 소비자가 제주 감귤 1만원 어치를 사면 생산자인 제주 농가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나 될까. 이를 수치로 환산한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경우, 농가의 몫은 4590원이다. 나머지 5410원은 유통비용이다. 이는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2010년을 기준으로 파악한 주요 농축산물의 유통실태에 근거한다. 제주 대표작물인 감귤의 유통비용은 54.1%였다.

이 조사는 무엇을 말하나. 소비자 판매가의 절반 이상이 유통 및 판매에 관여한 사람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얘기다. 물론 그 가운데는 작업비와 운송비, 포장비 등 직접 비용이 포함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생산농가가 소비자가의 절반도 못 챙기는 가격 현실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구조라 할 만하다.

감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제주 당근(71.9%)과 양파(72.2%)는 유통비용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긴다고 애써 작물을 키운 농가들의 몫이 정작 30%도 안 된다니 씁쓸하지 않은가. 유통구조의 고비용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왜곡된 구조는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다. 특히 제주 농산물의 경우가 심각하다. 전국 평균 농축산물 유통비용 42.3%보다 훨씬 높으니 하는 말이다.

이처럼 과다한 농산물 유통비용이 파생하는 문제가 간단하지 않다. 농가는 농가대로 소득이 줄어 울상이고,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해 고통이다. 최근 산지 소값 폭락으로 농가는 도산 위기에 몰렸는데, 소비자들은 여전히 한우 값이 비싸 못 먹겠다고 호소하는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

따라서 유통 단계를 축소시키고 물류 혁신 등의 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하는 게 급선무다.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직거래 장터의 확대 등도 꾸준히 시도돼야 할 사안이다.

그런 점에서 유통구조의 선진화는 FTA(자유무역협정) 시대, 품질 고급화와 함께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 할 것이다. 그게 농가 소득뿐 아니라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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