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농업전람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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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편지 ∼

그 언제였던가? 내가 중학교 2학년때 일이니 아마도 반세기도 더 지나간 듯 하다. 그때 서귀포초등학교 복도에 한해동안 힘들여 생산한 농산물을 초라한 책상 위에 전시해 놓고 구경을 시킨 일이 있었다. 생각을 해보니 오늘날의 농업전람회였다. 그때 우물안개구리처럼 견문이 짧은 나의 눈에는 큰 강낭콩을 보고는 너무나 신기하게 여겼던 추억을 지금도 간직해 있다. 그후 강산이 여러 번 변하다보니 농업도 이제는 환금작물위주의 귤이나 화훼재배로 탈바꿈한지가 오래 되었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체험한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이 지역사회의 농업발전상을 한눈에 읽어 볼수 있는 좋은 하루를 맞이했다. 그것은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지난 11월 4일부터 10일간 열렸던 농업전람회였고 이는 농촌지도자서귀포시연합회(회장 고문삼)가 주최한 행사였다. 나도 불현듯 호기심이 일어나 들어가다 보니 법환벌입구에 세워놓은 인자한 감귤하르방과 둥그런 한라봉이 미소짓고 있었다. 그 전시장안에는 점입가경으로 세계감귤관이 있었는데 열매 달린 귤나무와 잘 익은 과일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다. 그 하나하나를 살펴보던 나는 저절로 감탄사가 솟아 나왔다. 과연 귤 품종이 이렇게도 많았던가?

비로소 수많은 귤들을 이제야 알게되었으니 무지한 내 스스로를 깨닫게 만들었다. 그 보다도 더 흥미진진한 것은 귤이라고 하면 나는 따먹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귤을 원료로 한 쥬스, 차, 과자, 초코렛, 식초 등 여러 가지 친환경적인 식품이 생산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귤나무를 이용한 관상수가 새로운 품목으로 돋보이고 있었다. 그 작은 나무에 노오란 황금알이 주렁주렁 달렸으니 가지고 싶은 충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원예작물관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화훼식물들로 가득 찼다. 그 필락말락한 봉오리와 작은 송이가 모여 한 덩어리를 이루는 만발한 꽃들은 백화제방이라 할 정도였다. 그 이외에도 기술농업관, 난지농업관, 웰빙농업관, 생활원예관, 생활취미관, 야외전시관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한점한점에 정성이 깃들여 있었으니 아마도 이런 정열이라면 황무지에도 꽃을 피울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살펴보고 잘 되었다. 아니 좀더 개선했으면 좋겠다하고 비평은 누구나가 간단히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창작은 너무나도 힘이 들게 마련이었다. 우선 남이 하는 것을 벤치마킹하고 고심에 찬 아이디어를 낸후 밤새워 이를 만들어 내는 인고의 고통이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농촌지도자서귀포시연합회가 이 전람회를 마련하는데는 제주도와 서귀포시, 농협, 언론기관의 후원과 농업인단체 및 전시업체들의 협력은 물론 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의 기술지원에 힘입어 이루어졌다.

나는 그래도 이 지방농업이 이렇게 진일보한 것을 흐뭇하게 생각했고 가슴에 강한 울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다. 한단계를 오르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뛰어야 한다.

그것은 FTA(자유무역협정) 시대에 살아남는 농업이 되기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아무튼 다시 보고싶은 농업전람회였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 것 같았다.

<정수현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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