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게 포장하면 그렇고, 액면 그대로는 몰염치(沒廉恥)한 일이다.
제주시의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주 제179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전체 의원 16명 가운데 14명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송태효 의장과 고정식 자치교통위원장만 빠졌을 뿐이다.
사실상 제주시의회 의원 전원이 예결특위에 들어간 셈이다.
제주도의회의 경우 의원 19명 중 예결특위는 9명으로 전체 50%를 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시의회 의원들은 “내년 살림살이를 보다 깊이 있게 심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것은 대단한 잘못이다.
무엇보다 상임위원회 자체를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시의회가 다룰 2006년 제주시 예산안 규모는 올해 당초 예산 대비 3.2% 증가한 4859억원이다.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올해에 비해 증가분은 없는 규모다.
신규사업은 억제하고, 계속사업을 마무리하는 수준에서 예산을 편성한데 따른 것이라 한다.
시민들은 분야별 정책사업의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하고, 건전재정을 운용할 수 있도록 예산안 심의에 심혈을 기울여줄 것을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1차로 다룰 상임위에서부터 예사로울 수가 없다.
불요불급한 것은 삭감하고, 민생현안을 위한 사업은 증액까지도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종 판가름은 예결특위에서 결정된다.
문제는 의원 전원이 특위 위원이 됨으로써 상임위에서 걸러진 예산안은 파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중복심의에다, 의원들 간 나눠 먹기식으로 흐를 개연성이 농후하다.
임기 내 마지막 예산심의가 졸속으로 짜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조차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역구 잇속 챙기기라고 비난하는 이유다.
당초 원(院) 구성 때부터 꼴사납게 감투싸움으로 미운 짓만 골라한 제주시의회다.
결국 막판까지 제 밥그릇을 챙기려는 제주시의회는 정말 낯이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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