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불꽃처럼 남김 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중략)…안쓰러 말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12월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로 접어 들었다.

오세영의 시 ‘12월’의 일부다. 마지막 빛이 꺼지는 12월에도 그는 아쉬워 말고 희망을 보라고 한다.

또다른 시인 박성웅은 12월을 “흰눈 속에/ 한웅큼씩 미끄러지면서/ 안심해도 좋은 삼백육십오일,/ 때묻지 않았던 것을 어둠으로 다 덮으리오./ 잠깨어 생각나는 꿈 속의/ 덧없는 이 아침”이라고 기억한다. 이들에게 12월은 세속적인 삶이지만 덧없이 충만함으로 다가온다.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다. 일본 사람들은 12월을 ‘시와스’라고 부른다.

‘사주(師走)’라고 쓴다. 점잖은 선생도 달려야 한다는 달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한 해를 마무리하며 바쁘게 보내야 하고, 그래서 한 달이 짧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 것이 6월이라면 12월은 초조하고 빠르게 지나간다”는 말은 12월이면 할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12월에는 24절기 중 대설(7~8일)과 동지(22~23일)가 있다.

우리 선조들은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를 해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삼았다. 태양의 생명력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해의 생명력이 점차 길어져 성장했다가(하지) 점차 쇠퇴해 짧아져 가고(동지), 그리고 그 다음날부터 다시 해의 생명이 재생과 성장이 시작되기 때문에 우리 선조들은 12월의 동지에 바랬던 기대도 컸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동지는 3대 명절 중 하나로, 달력을 만들어 돌리는 등 새해를 맞이하는 준비 기간이었다.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또 한번 느낀다.

세월은 어김없이 지금 이 순간에도 쉼없이 흘러가고 있다. 문득 흐르는 세월을 부여잡고 갈 길은 어디쯤이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헤아려 본다. 다만 움켜 쥔 시간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는 무정한 세월만 사람들은 탓한다.

이제 다가올 12월을 맞아 조심스레 숨가쁘게 달려보자. 12월이 지나면 또 새해가 밝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