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기구들의 화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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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은 여성 1명을 포함한 요리사 4명과 지배인까지 모두 5명이다.

칼, 도마, 냄비, 프라이팬, 접시, 젓가락도 나온다.

평소 집안에서 접하는 주방기구들이다.

물론 오이, 양파, 당근, 양배추도 함께 한다.

결혼 피로연을 위한 음식이 만들어지는 무대인 대형 주방은 이렇게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주방기구들은 타악기로써 제각각의 소리를 낸다.

하지만 서로 잘 어울리는 흥겨운 화음으로 승화 되면서 두드림의 미학이 탄생한다.

한국의 전통가락인 사물놀이 리듬을 소재로 주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코믹하게 꾸민 비언어극 ‘난타(NANTA)’의 공연 장면이다.

▲남들은 몇 번씩 보았다는 ‘난타’ 공연을 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관람했다.

오후 4시 프로여서 그런지, 객석은 성인들보다는 주로 청소년들이 자리했다.

1시간 30분 동안 주방이라는 친근한 공간은 폭발적 리듬과 다양한 소리가 시종했다.

도마질 장면에서의 질서감은 힘과 속도감까지 함께 했다.

세계 공통어인 웃음으로 묻어나는 스토리가 완성되는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관객과 함께 하는 신나는 난장판이었다.

객석을 나서는 조카뻘 고3 여고생 둘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나 자신도 어둡고 무거운 짐을 벗은 듯한 유쾌한 기분이었다.

이렇게 ‘난타’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난타했던 것이다.

▲사실 1997년 10월에 초연된 ‘난타’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한국 공연사상 최다관객동원, 아시아 공연물 최초로 뮤지컬 꿈의 무대인 뉴욕 브로드웨이에 전용관 설립과 1년 6개월간 장기공연, 서울의 10대 볼거리 등 찬사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이런 ‘난타’의 우수성은 화합과 창조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모양도 제각각인 그 흔한 주방기구들이 폭발적인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사회생활도, 학교생활도 마찬가지다.

나와 다른 소리를 내는 친구가 있더라도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사회엔 ‘난타’ 공연을 봐야 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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