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忘年 술’에 쓰러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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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젠 보름여 밖에 남지 않았다.

지나간 365일 뜻 같지 않았던 아쉬움이 진하고 마지막 한 장 남은 월력(月曆)이 오히려 무겁게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한해를 보내는 마음이 윤기(潤氣)롭지 못하며 듣고 보는 소식마저 한결같이 어두워 세밑의 황량함을 더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깊어져만 가는 빈부(貧富)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고, 한해의 더께를 술로 씻어내려는 사람들의 갖가지 행태 또한 말썽이 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연말을 맞아 망년회 등 술자리가 늘어나면서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잠을 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관들이 순찰을 돌며 이들을 깨워 집으로 보내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세파에 시달리다, 한잔 술에 의식을 잃은 서민들의 가슴을 모르는 바 아니어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연말의 분위기엔 양면성이 있다.

무덤에 한 발짝 다가선다는 감상적 일면 위에 보람찬 수확과 새해에 대한 설레임이 지난해를 잊게 하고 자축의 흥을 돋운다.

한데 올 연말은 뭔가 예년과 다른 것을 느끼게 만든다.

한해의 회포를 푸는 흐뭇함이나 새해의 덕담을 미리 주고받는 기쁨 보다는 푹 가라앉아 어두운 쪽에 가깝다는 말들이 주변에서 오간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 일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하면 많은 사람들이 올 세모가 어둡다고 입을 모으는 데는 막연한 느낌이기보다는 좀 더 뚜렷한 현상과 좀 더 그럴싸한 원인이 있을 터가 아니겠는가.

도민들이 차분하게 세밑을 보내는 성숙한 지혜를 발휘해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고 보면 상당히 희망적이다.

그러나 반대로 요즘 돌아가는 사회꼴이 한 치도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실망 끝에 나타난 현상이라면 결코 간단치 않은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살이가 어려울수록 당당히 맞서 헤쳐 나가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단순히 술 마셔 잊고 넘기는 망년(忘年)은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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