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산문 - 고구마 이삭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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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교 선흘분교장 3년 류연우

“와!”
“우당탕 퉁 탕.”
우리 반 아이들이 와르르 몰려가는 소리다.
오늘이 ‘고구마 캐기’ 체험학습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주사님을 따라서 밭으로 가면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정말 캘 수 있을지 걱정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밭에 도착했다.
“앗, 차가워.”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금세 큰 비가 내렸다. 점퍼를 머리 위로 뒤집어쓰고 비를 피하면서도 우리는 밭에서 떠날 수가 없었다. 선생님께 마구 졸라서 잠깐 동안 더 기다리기로 했다. 그 때 현수 오빠가 소리쳤다. “야, 무지개다.”
정말 예쁜 무지개가 북촌 바다에 걸려 있었고 더 기분 좋은 것은 비까지 스르르 가져가버렸다는 것이다. 주사님께서 밭주인과 의논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는 빨리 캐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고구마순도 당겨보고 땅도 파보면서 들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밭주인 할머니께서 고구마는 우리가 캐면 상처가 나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고 돌아설 수는 없었다. 그 때 선생님이 우리에게 물으셨다.
“이삭줍기라는 말을 들어 봤어요?”
“아뇨.”
“가수 이삭은 알아요.” 인환 오빠의 대답이었다. 그 말에 모든 아이들과 아주머니, 아저씨, 선생님은 배꼽을 쥐고 웃으셨다. ‘이삭줍기’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선생님은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그 시범까지 보여 주셨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구마 캐기. 이미 고구마를 다 캐낸 이랑에서 호미를 들고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야, 여기 있어.”
“내 것이 더 큰 거야.”
“선생님, 저도 캤어요.”
이런 기쁜 목소리와 함께 온몸이 후끈거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점퍼를 입고 있는 것은 불편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바구니는 그득해졌다. 일을 하던 주인 할머니도 우리에게 힘 내라는 듯 빙그레 웃으셨다.
모든 활동을 마치고 바구니 한 가득 고구마를 들고 오면서 내일 구워 먹을 군고구마를 생각했다.
고구마 이삭줍기는 정말 재미있었다. 앞으로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짭조름한 땀방울까지도 소중하게 느낀 오늘, 손끝에 묻은 까만 ‘고구마 진’이 나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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