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실적주의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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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북회담을 하는가.

싸우지 않고 서로 도와 궁극적으로 통일을 하자는 것, 바로 그 목적을 위해 남북은 계속 만나고 합의하고 또 실천을 다짐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가야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기대를 가질 수 있었다.

북에서 사람들이 오고 남에서 북으로 가는 왕래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의 실상을 이해하고 교류와 협력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듯한 분위기였다.

특히 이번 17차 남북장관급회담은 6월과 9월의 15~16차에 이어 올해 세 번째 회담이며 2000년 9월의 3차에 이어 두 번째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장관급회담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15차 회담이 남북 당국간 관계를 다시 복원시켜 놓았고 16차 회담이 ‘평화정착’을 화두로 꺼내고 실용주의적 접근법을 내놓았다면 이번 ‘제주회담’은 올 한해 남북관계를 총 정리하고 내년도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징검다리 회담’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컷던 만큼 실망 또한 컷던 또 하나의 ‘제주회담’ 기록으로 남을 듯 하다.

우리는 평화의 섬 제주에서 북측이 진솔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와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북측의 협상태도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마지막 날까지 우리측의 군사회담 개최요구와 북측의 방문지 제한철폐 주장이 부딪치면서 공동보도문을 합의하지 못하고 진통을 겪는 모습은 보기에도 딱할 정도였다.

이렇게 모양이 우습게 된 데에는 우리에게도 문제가 있다.

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데도 어떻게 해서든지 진전이 있는 것처럼 공동보도문이란 합의문을 만들어내려다 보니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우리측이 지나치게 실적주의에 급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지금, 북측과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구체적인 일정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조급증을 보여선 곤란하다.

거창한 합의보다 작은 합의라도 실천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여러 각도로 생각해보도록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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