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윤리
직업의 윤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리나라 전반적으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제주지역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물론 청년실업 100만에 외국인 노동자 100만의 시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지금의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실업의 상황이 상당부분 더 좋은 직장을 위한 실업상태이기도 하다.

어떤 경위로 실업상태를 겪고 있을지라도 이들 실업상태인 젊은이 가운데, 혹은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젊은이 가운데, 내가 지금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서 일한다면 나보다 더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젊은이들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 것이 옳을지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리 그렇다고 할지라도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다면 선뜻 자리를 내어줄 수도 없다. 이런 디레마(Dilemma)에서 직업의 윤리가 나온다.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그런데 만일 능력도 없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게다가 일도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본인이야 월급 받고 한세상 살겠지만 차지하고 있는 자리를 내어준 조직은 제대로 일을 해낼 수 없고 발전하지도 못한다. 뿐만 아니라 더 능력을 갖춘 젊은이의 입장에서 보면, 통탄할 일이다. 도무지 말이 안되는 세상인 셈이다.

이와 같이 능력보다는 선점(먼저 점유함)에 따라 직위가 배분되는 사회의 대표적인 경우가 공공조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군대에 이러한 사례가 많다. 장교보다 사병의 학력이 높은 경우가 있다. 사병이 장교보다 출신성분, 학력, 사회경험 등이 풍부하다면 지휘계통이 제대로 서기가 어렵다. 또 이등병이 병장보다 더 똑똑하다면 통솔력이 발휘되기 어렵다.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지이다. 호시절에 공무원으로 들어와서 연공서열에 따라서 승진을 하였다면 청년실업의 세상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과하여 공무원에 입문한 젊은이에 비해 지식이나 경험이 모자랄 수도 있다.

이러한 조직은 대부분 업무외적 능력을 중시한다. 충성심, 예의범절, 경로사상, 싸가지 등을 중시한다. 그것 외에는 상위직급인 자가 강조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위직급인 자가 너무 뛰어나도 곤란하다. 이런 자들은 자신이 자리를 지키는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무능력자들에게 있어서 조직의 발전은 자리를 지키는 것에 비해 훨씬 못한 가치이다.

능력이 뛰어난 하급자가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싸가지를 겸비해야 한다. 가끔씩 안부전화도 올리고 찾아뵙고 근황도 여쭙고 인사도 드릴 정신적인 여지는 남기고 있어야 한다. 일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예의를 갖출 수 없다면 일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예의를 줄이고 일을 늘이면 도태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싸가지 없음’은 상위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부당함도 문제지만 일단 그렇게 낙인이 찍혀버리면 다른 어떤 능력으로도 상쇄되지 않는 덕목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형벌을 받는 죄는 ‘괘씸죄’라는 말이 있다. 괘씸죄 1조1항에 걸리면 여지가 없다. 다른 죄에 대해서는 법에 정한 형량을 살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괘씸죄에 걸리면 죽을 때까지 고통을 당한다. 무능한 상급자가 하급자를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괘씸죄인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 직장인이 능력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업무외적인 능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로 업무능력보다 높이 평가되어서는 안된다. 또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직장인의 당연한 직업윤리에 대해 점검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요행히 한 자리 차지하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월급받고 하급자나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닌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