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性의 온도계’ 높이기
‘知性의 온도계’ 높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005년 12월도 딱 2주 남았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더듬어봤다.

2003년엔 스스로에게 ‘올해 나의 감동뉴스는 ?’ 하고 물었다.

받으려고 얻으려고만 했지, 나눠주려고 했던 기억들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때 온라인설문 국내감동뉴스 1위는 ‘승강장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고 다리를 절단당한 아름다운 철도원’ 이야기였다.

2004년엔 울고 싶다고 했다.

추위보다 더 얼어붙은 경제 현실에서 사회는 어깨 축 쳐진 가장들의 이야기 일색이었다.

물론 ‘아빠 힘내세요’라는 광고처럼 이들에게 격려와 온정도 잇따랐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아름다운 사람과 모습들이 많아 희망적이다.

이로써 감동이 진하게 전해지고 삶의 향내가 깊고 그윽해진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선 ‘또 다른’ 모습의 아름다움도 볼 수 있다.

바로 ‘책 읽는 사람’이다.

예술가들은 이들에게서 무언가 사유(思惟)의 미가 풍겨 나온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책 읽는 여인’을 제일로 꼽는다 한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에다 내면적인 아름다움까지 느껴지기에 충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책 읽는 남자’도 그에 못하지 않는 고상한 멋이 있다.

집에서 TV를 끄고 책을 읽는 남편만 해도 아내 사랑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가, 올해 책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른 책들을 보면 주로 트랜드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회적 성공의 비결이나 재미를 강조한 급조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런 서적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기초 교양이나 소양을 쌓는데 바탕이 되는 인문. 사회. 철학. 문학서 등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지적(知的) 불황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성(知性)의 온도계’가 저온을 가리킨다.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사랑의 온도계’처럼 영하로 추락할 위기다.

옷깃을 여미며 읽는 동양고전 한권이라도 선물하는 따뜻한 연말이기를 바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