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금이 되는 돈, 뇌물이 되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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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신문지면에는 검은 돈, 더러운 손들이 세상을 어지럽혀 사람들의 마음이 어둡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금품은 때와 이유와 성격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

불우이웃을 돕는데 내놓은 돈은 성금이 되고 구호품이 되지만, 어떤 일을 성사시키려는 의도로 건네는 돈은 뇌물이 된다.

그런 요즘 신문 한 켠에는 그래도 가냘프게나마 자선의 꽃들이 피어나 메마른 인심을 훈훈하게 하는 것을 본다.

이 사회가 아직 버티어갈 수 있는 기둥이기도 하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제주시 중앙로에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30대 중반~40대 초반의 한 남자가 100만원권 수표 3장을 넣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구세군에 따르면 이 남자가 2003년 이래 이 때만 되면 나타나 300만원을 넣고 가는 바로 그 남자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폭설이 내린 지난 17일 밤에도 엄마와 딸로 보이는 3명이 총총 걸음으로 다가와 봉투 3개를 넣고 돌아갔다.

두 개의 봉투에는 4000원과 4만원이, 또 하나 봉투에는 10만원권 수표 5장과 만원권 지폐 50장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이런 뉴스들은 우리의 가슴을 열게 한다.

춥고 배고프고 찾아와 주는 사람 없는 이들에게 세모(歲暮)는 더욱 고단하다.

자녀에게서 버림받는 노인, 방학이 되면 끼니를 이을 수 없는 청소년을 돌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다.

올 한해는 서민들이 특히 큰 고통을 겼었다.

연이은 일가족 자살사건의 사연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우리가 가난한 이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은 채 역사와 미래를 논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올 한해를 별 탈 없이 넘긴 가족과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 해도 소중한 축복이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건강한 육신을 갖고 있는 이들, 사회로부터 혜택을 받은 계층, 조금이라도 더 배운 사람일수록 ‘나눔의 실천’에 앞장 서기 바란다.

남을 돕는 것은 곧 나를 돕는 것이자 공동체가 더불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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