送舊迎新의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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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차가운 날씨에 떨며 서 있는 가로수들이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벌거벗은 활엽수의 앙상한 가지에 부딪치며 메마른 대지를 휩쓸어 가는 북풍한설의 한기에 몸이 더욱 움츠러든다. 여느 때나 반복되며 찾아오는 연말연시는 시공의 개념에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어수선한 세밑분위기가 내 마음을 휘저어 놓는다.

덧없는 세월에 나이가 한 살 더해지는 두려움 때문인가, 한 해 동안 계획했던 일을 성취하지 못한 미련 때문인가, 지난 한해의 빛바랜 기억을 되새기며 떠오르는 잡다한 상념에 혼란을 느낀다.

1년이 지났음을 알리는 보험료납부증명서와 사랑의 열매를 전해주는 여직원의 손끝에 세밑향기가 묻어있고, 동창회, 친목회의 송년회에서 송구영신의 분위기를 한결 느낀다. 구세군 자선냄비, 도심지 곳곳 크리스마스트리의 현란한 불빛에서 영겁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지는 한 해를 망연히 바라본다.

연말연시라는 한해의 끝과 시작의 시공적인 실체는 반복되고 추상적인 현상으로 시간은 끝이 없어도, 인간에게는 출발과 도달이 있고 한해의 끝이 있으면 또 다른 한해의 시작이 있다.

한해의 끝자락을 붙들면서 떠오르는 새해벽두의 초심이 아련하다. 내 자신에 맹세한 화목한 가정 만들기, 직장에서의 공명한 일처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서의 가치창출 따위의 추상적인 다짐이었는데, 취미생활에서 얻는 즐거움 외에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판에 박힌 생활이어서 어느 것 하나 성과가 있었는지는 뚜렷치 않다. 누구나 한번쯤은 흔히 다짐해봤음직한 금연이나 절주도 성과가 없어 연약한 내 의지를 탓해보지만, 술 권하는 사회, 심오한 철리(哲理) 따위의 허황된 이유에서 오는 내 자신의 갈등이 또 하나의 미련함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이맘때가 되면 내 삶의 여정에 각인된 사람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심신이 불편한 장애인, 희생과 헌신의 숭고함도 허망하게 팽개쳐진 소외된 노인, 절망적인 삶에 찌들어버린 저소득빈곤층 사람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모진 세파를 감내해야하는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한 이웃들이다. 매서운 혹한의 겨울을 지새워야 할 그들의 처절한 삶에 마음 한쪽이 시려온다. 더구나 근래에 이혼율이 증가되며 가정해체가 가속화되고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 되어가는 암울한 현실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에게 고난과 질곡의 삶에서의 해탈, 고단한 일상의 탈출은 요원한가?

우리나라의 헌법은‘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저소득, 질병, 노쇠 등으로부터 가정의 파괴를 방지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공공자원으로부터 일부를 보태 연대적으로 개인의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있다. 또 이들을 도와주는 봉사, 사회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훈훈한 온정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찌 이것으로 고단한 삶이 평안을 찾을 수 있을까. 사회의 저편에 선 그들의 시커먼 심연을....... 봉사와 사랑으로 점철되는 세밑온정과 사회적 유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희망이라는 미래로 나아가는 새해의 첫출발은 사유(思惟)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자신의 내면에 평안을 찾을 수도 있고, 인생의 덧없음에 좌절하거나 비애에 젖을 수도 있다.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를 가지고 생애의 목적을 위해 열심히 일할 때 보람이 있고, 자신의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에 심취해 생활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인간사의 모진 세파에도 굴하지 않는 여유를 가지고, 미래를 관조하며 상궤(常軌)를 벗어나지 않는 의연(毅然)한 삶을 위한 새해의 새 출발을 다짐한다.

<제주시 이도 1동 문익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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