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음 마음 큰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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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이라 하기엔 지리하고 맹렬하여 혹이나 언 가슴 더욱더 움츠리게 하는건 아닌지 새하얀 고운 눈도 밉살스럽게 여겨짐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잇단 폭설로 울상 짓는 농민, 하늘길 바닷길 사정이 원만치 못함에 툭하면 묶이는 발길들, 게다가 채 풀리지 않은 침체된 지역경제의 한파까지 꽁꽁 얼어붙은 여건 속에서 세모를 맞고 있습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지면 한 켠을 가득 메우는 이웃돕기성금(품) 전달 장면과 각종 단체나 모임에서 앞다퉈 선행을 실천한 사례들이 나열되고, 다른 한켠에선 올겨울은 유난히도 사회복지 시설이나 소외된 이웃을 찾는 이들이 뜸하다며 외로워 보이는 노인의 서글픈 얼굴도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사랑의 수은주를 올리자”는 구호를 내걸며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자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빨간 사랑의 열매를 가슴에 달아드리며 내 가족처럼 이웃을 살피자고도 외칩니다.

구세군의 자선남비 울림에 호주머니를 꺼내며 뜨거운 마음을 풀어놓기도 합니다.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초등학교 아들은 용돈 아껴서 산거라며 크리스마스씰을 내밉니다.

이런 모습들에 그나마 반갑기는 하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아직도 나눔의 실천이 우리의 일상이 되지 못하였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꽤나 멀게 여겨졌던 「어려운 이웃 돕기, 자원봉사활동」에 귀에는 많이 친숙하게

다가왔음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내가 하기엔 어색하고 서투르다 싶고, 아니면 기껏 연례행사 쯤으로 베풀면 되는, 일회성 나눔의 정도로 받아들이는 의식으로 실제 참여와 실천으로 이어지는데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는것이 일선 복지업무의 일인으로서 체감하는 부분입니다.

이제는 과감한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해 봅니다.

달라지는 의식이 문화를 바꾸어 나갑니다.

「연말연시다 하면 떠오르는 이웃돕기 」식의 풋내기 의식이 아닌,연중무휴 가능한 주변 돌아봄, 언제든지 손쉽게 찾아 누구나 할 수 있는 나누미의 미학이 정착되는 성숙한 의식으로 바뀌는 날이 가속화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세밑에 동 사회복지전담공무원들은 한 가정도 빠짐없이 사랑의 김장김치며 이웃돕기 양곡을 날으는 배달의 기수로서 분주한 발걸음을 움직여야 하는 시기를 맞았지만 이러한 진풍경이 일년 내내 이어지는 날이어도 발걸음 가벼이 할 수 있을거라 마음 먹어보며 우리네 모두의 따뜻한 마음들을 구해 봅니다.

조그만 난로 하나로 방안에 온기가 차고 훈훈한 사람의 정이 주위를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강풍과 눈발을 동반한 추위가 또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런때일수록 따뜻한 사람이 더 그리워 집니다.

조그만 맘 하나만 지참하여 주저없이 가까운 동사무소를 찾아 오신다면 오랜만에 이웃집 맹순이 안부를 함께 물으러 가고, 아랫 동네 삼식이 할머니의 음푹 패인 주름살에 시린 손을 잡아 드릴 수 있는, 온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삶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으리라 단언해 봅니다.

<서귀포시 동홍동 사회복지전담공무원 허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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