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유대인으로써 유대의 왕이 된 헤롯은 교활하지만 탁월한 정치가였다. 그는 유대인의 저항을 무마하고, 환심을 사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장엄하고 화려하게, 어마 어마한 규모로 건축하였다. 성전 울타리 외곽 성벽이 평균 15m 높이, 가장 높은 곳은 30m가 넘었다하니 당시 전세계 10대 건물중의 하나였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제 민심을 겨우 수습하고 그의 정치권력을 아들에게 승계 할 절차까지 거의 끝나갈 무렵 느닷없이 저 멀리 동방에서 천문학자들이 찾아왔다. 이들은 별을 관측하다가 유대인의 왕이면서 동시에 세계를 통치할 왕이 될 아기가 탄생한 것을 알고 새로 태어난 아기 왕께 경배 드리러 왔노라고 하였다. 이들의 방문은 청천벽력이었다. 이로 인하여 몇 달 후 헤롯은 베들레헴에서 유아 대 학살 극을 벌이게 되었다.

그러나 천문학자들은 왕궁이 아닌 초라한 시골마을 베들레헴, 그것도 동네 한편에 있는 외진 마굿간에서 아기에게 경배하였다. 누가복음서에는 들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이 천군과 천사들이 전해주는 소식을 듣고, 마굿간으로 달려가 경배 드렸다는 내용이 기록되었다.

동방박사(천문학자)들이 이방인이면서 상류계층이라면, 목자들은 가난한 평민이요, 노동자요 하층민이다. 이들이 겪은 황홀한 경험은 계층과 신분, 그리고 종족에 관계없이 이 우주적 잔치의 주빈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예수 탄생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류를 구원하고, 생명과 평화 그리고 삶의 영원한 의미와 기쁨을 주시려는 하나님의 현현이요, 역사 속에 육화(肉化)하신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이다. 거룩하고 전능하신 창조주가 사람으로, 그것도 가장 가난한 모습으로 마굿간에 탄생한 사건은 영원한 은총이요 신비이다. 가장 낮고 가난한 이들을 포함하여 신분의 높고 낮음, 빈부의 차별이 없이 만날 수 있게 해주시려는 거룩한 배려이다.

그러므로 예수의 탄생은 제2의 거룩한 창조를 위한 고통의 역사화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아가페이다. 삼양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 전압은 154,000v로 변전소로 송전되고 몇 차례 다운과정을 거쳐 220v로 각 가정으로 보내짐으로써 모두가 전기의 혜택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만약 154,000v의 전기가 직접 가정으로 오게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이 일어날 것이다.

마찬가지로 거룩하신 하나님의 사랑이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람에게 직접 내려진다면 하나님의 사랑의 거룩함 때문에 죄 아래 있는 인간은 죽게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비극을 극복하기 위한 조치가 하나님의 성육신(成肉身, Incarnatio)이다. 진실로 황감한 사랑이다. 하나님은 이 예수를 통하여 구원과 사랑, 평화와 기쁨, 그리고 거룩한 희망을 인류에게 선물하신 것이다.

이는 모든 세계 인류를 위하여 준비한 것이지만 정작 이 선물의 수혜자는 겸허한 사람, 신의 은총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것을 기쁨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온갖 갈등과 증오, 독선과 보복, 거짓과 비리, 탐욕이 창궐 때문에 진정한 희망과 평화를 , 감사와 기쁨을 상실한 이 시대에 다시 찾아온 성탄절을 맞으면서 우리모두 겸허한 마음으로 사랑과 기쁨을, 평화와 희망을 나누고 서로를 축복하는 따뜻함을 너와나, 국민 모두가 잔잔한 감동 속에 함께 경험하는 세모가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