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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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논문이 연구자금을 끌어들이고, 연구자금은 인재를 불러들이고, 고가의 연구기자재를 사들이며, 이들은 좋은 연구결과를 낳는다. 좋은 연구결과는 양질의 논문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연구에는 끝이 없다.

연구의 산물인 논문의 질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독창성의 유무, 학문의 발전에 대한 기여 정도, 사회생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다른 연구자가 이미 발표한 주제를 연구할 수는 없으며, 그와 유사한 주제를 연구한다 하여도 그 가치는 추락한다. 전례없는 독창성은 예술작품의 창작성에 비겨 뒤지지 않는 논문의 생명력이다. 또한, 독창적인 연구결과라고 하여도,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발전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면, 논문으로서 가치가 없다. 새로운 사실을 밝히던지, 새로운 이론을 제안하던지 또는 기존 지식을 진일보시키는 것과 같은 학문적 기여가 있어야 논문으로서 인정된다. 독창적이고,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논문이라면, 필연적으로 산업 등 사회생활에 크고 작은, 직접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어 있다.

자연과학분야에서의 연구 집단화는 시대적 대세이다.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유능한 지도자와 연구원 상호간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집단을 구성하여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 작금의 경쟁력의 원천이다. 학제간 공동연구의 필요성도 그래서 등장했다. 다양한 개성의 전문가들이 모이다 보면, 지도자의 역할이 막중해진다. 개개 전문연구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역할분담과 권한부여, 보상과 대우, 정보의 교류 및 중재, 연구방향의 선도 등은 지도자의 몫이다. 지도자가 공동의 연구목적을 등한시하고, 그 이면의 사리사욕을 앞세운다면, 연구집단은 무너지는 것이 인성의 원리이다.

운동경기에 못지않게 연구에도 운이 따른다. 유능한 과학자라고 하여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시대를 초월한 연구주제에 매달리다 보면, 10년이 지나도 기대하던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고, 원점에서 헤매다가 기진맥진해진다. 한편으론, 경쟁이 치열한 주제에 대해서 연구하다가는 선두를 차지하지 못하여, 그동안 연구 결과가 구겨진 종잇장 신세가 되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양질의 논문 한편 못 쓰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운이 좋아서 시의 적절한 연구주제를 만나게 되면, 마치 물이 가득 고인 연못의 둑을 툭 건드리면, 둑이 무너지면서 물이 넘치듯 흘러내리듯이, 큰 노력 들이지 않고 양질의 연구결과를 다수확 할 수도 있다. 운이 없으면 연구수행 도중에 이런 저런 장애물에 걸린다. 연구비 수혜 중단, 지도자의 타계, 선행 연구 논문의 등장, 핵심 연구원의 이직 등 큰 것에서부터, 시료 또는 시제품의 분실, 연구기록의 훼손, 연구기자재의 고장, 정전사고 등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연구자는 이러한 장애물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그래야 원점으로 돌아가서 재출발하는 불행을 줄일 수 있다.

연구도 사업이다. 우리생활주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각종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안 될 줄 알면서도 밀어붙이는 것은 독선과 오만이기 전에 고집이자 아집이다. 실패를 경험한 후 원점에서부터 새 출발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돈도 시간도 인생도 모두 다 일회용품이라서 재활용이 안 되는 공통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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