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을 위해 남겨둬야 할 진짜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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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세계에 미화 6,200억불이 유통되고 있는데 매년 약 2억불 가량의 위조지폐가 적발된다고 한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제조의 주범이라고 최근 지목되어 한창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거니와 진짜 돈과 육안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한 일명 ‘수퍼노트’라고 불리는 정교한 위조지폐가 극성을 부려 세계 단위의 경제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지경이다. 한국은행 측에서도 위조지폐 사안에 골머리를 앓아오다 오는 2006년 1월 2일부터 새로운 도안의 오천원 신권을 발행할 예정이라니 다른 나라라고 이런 일이 어찌 없겠는가. 바야흐로 온 세계가 가자 돈과의 전쟁 상황이다.

왜 가짜 돈이 판을 치는가. 그 ‘놀라운 재주’도 어쩌면 디지털 혁명이 가져온 불가피한 후유증이겠지만, 일차적으로는 써야할 데 안 써야 할 데 들어가는 돈은 많은데 쓸 돈이 부족하니 결국 위조지폐 제작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리라. 온 인류가 축복 받은 크리스마스 날 돈이 없어 어린 아이들을 남겨놓고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돈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고, 세계화라는 지구적 환경에서 가난이 부모 자식 간에도 죄악시 되는 상황이니 그러한 타락이 세상에서 공공연히 자행되는 것도 어쩌면 이 사회가 감당해야 할 중요한 몫인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까지 돈 때문에 이처럼 안타까운 소식을 들어야 할까.

돈이 없어 못 쓰는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돈은 있는데 꼭 써야할 곳에 돈을 못 쓰는 경우는 안타깝다기보다는 차라리 기분이 언짢은 나머지 말문마저 막힌다. 최근 불어 닥친 폭설 한파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가정과 사업장에 복구비로 지원할 돈이 없다는 소식은 아이러니의 극치다. 듣자니 기획처 재정운용실 당국자가 “목적예비비는 소위 재해대책과 인건비 용도로 잔액이 3600억원 남아있지만 재해관계 목적예비비는 소요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1000억 원 정도는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리저브(유지)하고 나머지를 삭감해야 할 것”(11.10 국회예산결산위원회 회의록)이라고 최소한의 방안을 설명했으나 올해 발생한 세수결함에 따른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결국 3000억원이 당장에서 삭감됐다고 한다.

지방 정부와 중앙 정부의 피해 조사와 복구 계획 확정에 따른 여러 법률적ㆍ행정적 절차를 감안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여ㆍ야 간의 대치 국면을 고려하면 며칠남지 않은 2006년 예산안 연내 처리마저도 불투명한 형국이다.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돼야 국무회의의 공포를 거쳐 자금배정계획 대로 집행할 터인데, 이렇게 연내 처리가 불투명하니 2006년 시무식을 기점으로 복구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가고 있다. 4000억원을 상회하는 제주ㆍ호남의 폭설 피해를 두고 피해실태를 조사하느니, 융자를 주느니 그런 말은 정부의 재해대책 예산이 거의 바닥나 국고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국민들에겐 돈도 쓸 줄 모르는 정부라는 인상만 짙게 남겨가고 있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꼭 써야할 곳에 돈을 쓰지 못하고 마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특히 근년처럼 자연 재해, 기후 재앙, 지진, 기술 재앙이 끊임없는 시절에 국가적 단위에서 재난 복구에 필용한 재원을 그렇게도 소홀히 다룬다면 안정적 경제 발전과 국민의 생명을 과연 보존할 수 있겠는가. 세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고 기업은 도대체 누구의 노력으로 유지되는가. 세금이 정녕 그곳에서 나온다면 최소한 천재지변으로부터 세원을 보호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염원하는 기본자세가 아니겠는가. 아시아의 대재앙이 벌써 예고되어 있거니와 2006년엔 정말로 꼭 써야할 곳에 쓸 수 있도록 안 쓰고 아껴둬야 할 진짜 돈이 무엇인지 번호표라도 붙여 순서를 정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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