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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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조 때 학자인 장유(張維)는 ‘입춘일에 지은 시(立春日作)’에서 “설날 바로 다음날 찾아온 입춘/ 이제 바야흐로 봄이 돌아오는구나”라고 읊어 입춘을 봄이 돌아 온 징조로 여겼다.

이보다 앞서 서거정(徐居正) 등이 지은 ‘동문선’에는 “해마다 겨울이 지나가고 양기(陽氣)가 돌아와 동방의 양(陽)이 처음으로 열리고, 모든 물건이 싹터 움직이면 이것을 입춘(立春)이라 한다”고 적었다. 서거정은 또 자신의 시 ‘입춘’에서 “파란 빛은 소반의 보드란 채소요/ 하얀 것은 동이에 괸 막걸리로다”라면서 입춘에 먹는 채소를 소개했다. 입춘일이 되면 봄을 맞이하는 의미에서 파, 마늘, 부추 등 매운 맛이 나는 다섯 가지 나물을 먹고, 이웃에게 나눠주는 풍속을 말한 것이다. 여기서 다섯 가지 나물을 ‘오신채(五辛菜)’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고려말 문신인 이곡(李穀)은 ‘입춘’이라는 시에서 풍년을 기원하며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모습을 그려 “토우가 밭 가는 봄을 다시 맞았네(又打土牛春)”라고 했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번째 오는 절기다. 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계절적인 의미도 있지만,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제주에서는 이날을 ‘새철 드는 날’이라고 한다. 여자들은 이날 남의 집을 방문해서는 안 되는 ‘금기’가 내려온다. 반면 상주를 만나면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물론 요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만 제주만의 정서가 녹아 있는 풍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도 입춘을 맞아 오늘과 내일 ‘탐라국 입춘굿놀이’가 펼쳐진다. 1만8000여 신들에게 올해 풍년과 주민의 안녕, 국가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한 판 대동난장이 열리는 것이다. 또 입춘의 온기를 받은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도 내일까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아직은 동장군의 기세가 여전하지만 봄의 전령사인 매화도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이다.

새철이 드는 입춘날, 어떤 소망들을 품고 시작할까. 꽁꽁 얼어붙은 취업시장을 녹일 훈풍을 기대할까. 반가운 이를 만나는 설렘은 또 괜찮을까.



신정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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