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숲을 보는 조화로운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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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해 그렇지 않은 해가 있었겠는가만, 이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5년이 지나갔다. 언론에서는 매년 10대 뉴스니 뭐니 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데, 그 많고 많은 일들 중에 10가지를 콕 집어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지난 2005년은 매우 바쁘게 보낸 한 해였다. 바쁜 만큼 보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성과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저 매일을 허덕거린 일상적인 부산함의 연속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듯 부산한 일상에 빠져 생활하다 보면 내 삶이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어디로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잊고 지나기 십상이다. 이른 바, 우리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하여 한발 한발 나아가고자 하루하루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 것이지, 그저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어느 순간 좋은 결과가 나오겠지 하며 사는 건 아닐 것이다. 어쩌다 ‘장님 문고리잡기’식의 결과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일본 유학시절, 한국과 일본의 연구풍토에 대해 연구실 멤버들과 서로 농담처럼 얘기한 적이 있다. 한국은 총론에 강하고 일본은 각론에 강하다며 그것을 잘 섞으면 바람직한 연구결과들이 나오지 않겠는가하는 우스갯소리였다. 우리 주변의 일도 마찬가지로, 전체적인 구도는 잘 잡아놓고도 세부적인 것들이 잘못되어 이상한 모양새가 되거나, 또 그 반대가 되거나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잘 그렸다는 그림은 전체적 구도나 세부적인 것들을 조화롭게 잘 표현한 것을 일컫게 된다.

이제, 다시 2006년의 새로운 해가 시작되려 한다. 불과 하루의 차이로 묵은해가 되고 새해가 되었다. 실은 어제와 오늘인데 말이다. 다만, 어떤 단위를 만들어 마무리와 시작을 함으로써 정리를 해두자는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묵은해를 뒤돌아보면서 반성을 하고, 새해라 하여 새로운 계획과 소망을 갖게 된다.

나라의 일이나 지역의 일이나, 백년대계의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과 실천전략들이 조화롭게 수립되었으면 한다. 당장 눈에 잡힌 것들이 이득이라 하여 멀리 보지 못해 훗날 후회를 한다거나, 너무 멀리만 보다가 가까이에 있는 것들을 놓치고 그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한다 해서 먼 미래를 망각한다거나, 멀리 있는 미래의 비전만을 생각하다 현실의 급한 일들에 소홀히 한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이러한 일들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훌륭한 리더나 리딩 그룹이 있다 해서 다 될 일도 아니고, 구성원 모두의 지혜가 모여 조화를 이루어야 할 일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일들을 겪은 우리 사회는 이제 우리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능력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각의 입장들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아쉬울 뿐이다. 분명 서로 간에 다가갈 수 있는 여지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에 더욱 아쉬운 것이다.

2005년을 상징하여 ‘상화하택(上火下澤)’라는 사자성어를 선정했을 만큼 온 나라가 양극화라는 어색하고 생소한 혼란 속에서 보낸 한 해였다면, 2006년은 모두의 지혜가 한데 모여 미래의 목표와 현실의 문제들을 골고루 생각하는 상생(相生)의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나무와 숲을 고루 살핌으로써 전체와 부분의 조화를 이루는 문제해결의 현명함을 모두가 갖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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