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어디로 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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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살 난 손자가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어제는 어디로 갔나요?"

할머니가 답했다.

"얘야, 어제는 어디에 간게 아니란다. 어제는 지난 일주일에 속해 있고, 지난 일주일은 지난 한달에 속해 있단다. 우리가 보낸 많은 달은 지난해에 속해 있단다. 지난 해는 지난 10년에 포함돼 있고. 그러니 어제는 늘 지금과 이웃해 있는 것이란다."

다섯 살 난 손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연결 돼 있다.

우리 사람들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은 늘 어제 아니면 오늘이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곳에는 미래가 있다.

사람들은 어제와 오늘이라는 땅에 발을 딛지않고 살 수는 없다.

지난 해 12월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구성됐다.

앞으로 과거사위원회는 부끄러운 과거를 캐고 이를 세상에 공표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부끄러운 과거가 좀 적을 것인가.

문제는 과거를 캐는 것에 대한 저항이 크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미래에 국력을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자꾸만 과거에 집착한다"고.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점수를 매기자면 10점도 안된다.

우리의 역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1948년 10월 구성된 반민특위가 있었다. 반민특위는 일제강점기때 일제에 빌붙어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반민법은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거나 제국의회의원이 된자는 최고 무기징역, 최하 5년이상의 징역에, 독립운공가 및 그 가족을 살상.박해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물론 국권피탈에 적극 협력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처음에는 이들을 처벌하는 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저항이 강했던 것이다. 저항세력은 사실상 친일에 앞장섰던 권력층이었다. 반민특위 산하 특경대가 습격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에 반민특위가 저항세력에 의해 무장해제 되지 않았다면 오늘 날 또 과거사 캐기라는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될 터인데 말이다.

신상필벌이라는 말은 요즘 유치원생들도 안다. 잘하면 상을 받고 잘못하면 벌을 받는 것은 진리다.

그러나 반민특위 시절 이러한 진리는 못된 권력에 묻혀버렸다.

요즘 길을 걷는 시민중 아무나 만나 이렇게 물어보라.

일제강점기 때 친일세력의 자손과 독립운동을 했던 자손 중 누가 잘 사느냐고.

친일세력들은 일제로부터 자금과 땅을 하사받았다. 그러나 독립운동가들은 땅을 팔고 그 돈을 독립자금으로 썼다. 또한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부모 때문에 고초를 겪었으며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에 반해 친일세력의 일부 자손들은 후안무치하게도 최근까지 소송을 통해 굉장한 규모의 땅을 가져 가기도 했다.

그러니 신상필벌이라는 말을 널리 쓰기에는 우리 사회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더구나 일제강점기 때 이뤄진 친일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때문에 정부가 처벌도 못한다.

친일세력에 대한 필벌은 단지 과거사를 밝히는 것 뿐이다.

과거사를 왜 캐냐는 말은 제주도민의 가슴에도 못을 박는 말이다.

4.3때 무고하게 희생된 주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일이니까 그냥 묻어야 하는가.

물론 과거사를 조사할 때에는 정치적 목적이 없어야 하고 객관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토대위에서 이뤄지는 과거사 진상규명작업은 국민의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이뤄져야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보장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가 침략을 당했을 때 침략세력에 빌붙는 사람보다 독립운동을 할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과거사를 외면한다면 앞으로 누가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을 할 것인가.

현재 일부 저항세력의 말처럼 "당시 상황이 그렇게 됐으니까 하는 수 없이 그렇게 살았지"하고 자족하면 끝이니까.

과거사위원회는 일제강점기때 일 뿐만 아니라 과거 독재시대때 이뤄진 사악한 일까지 조사할 것이다.

아무런 생각없이 무턱대고 태클만 걸지말고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부조리를 외면하는 자는 오늘의 부조리도 외면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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