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스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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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스트 링크(Weakest Link)'는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유대)’로 번역된다. 이는 영국 BBC 방송의 퀴즈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이 프로그램은 방영 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미국 등지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이 제작되어 방영된 바 있다.

이 퀴즈 프로그램은 8명의 참가자로 시작한다. 사회자는 참가자에게 차례로 문제를 던진다. 문제에 제대로 답을 하면 팀 전체의 주머니에 돈이 적립된다. 8명에게 모두 질문이 돌아가면 한 라운드가 끝난 것이다. 그러면 8명이 공개적으로 내보낼 사람 한명을 지목한다. 물론 다수결이다. 공개투표를 통해서 내보낼 사람의 이름을 쓰면 사회자는 왜 그를 지목했는지 묻기도 한다. ‘당신이 가장 유대(연결고리)가 약하군요. 잘가요’ (You're the weakest link. Good bye!)라는 사회자의 멘트는 영국에서 유행어가 되었다. 2명이 남을 때까지 매 라운드 마다 공개투표로 ‘위키스트 링크’를 뽑고 마지막 2명은 양자대결을 해서 남은 한 명이 모든 돈을 차지한다.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가 3, 4명으로 압축될 때까지 쫓겨나가는 사람들은 문제를 잘 못 풀어서 돈을 적립시키지 못한 사람이 된다. 그런데 그 후에는 오히려 문제를 가장 잘 푼 우승후보자가 투표로 쫓겨나간다.

게임의 초반에는 돈을 많이 적립하는 것이 참가자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선수가 압축되면 최종 라운드의 양자대결을 염두하게 된다. 양자대결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실력이 없는 사람 즉 약자와 같이 최종 라운드에 남고 싶어 한다. 즉 적립금을 늘리는 것보다 이 단계에는 자신이 적립금을 차지하는데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결국 대부분의 게임에서 참가자가 3명으로 압축되면 가장 문제를 잘 풀었던 사람이 쫓겨나간다.

세상사가 그런 것이다. 재주를 부리는 사람과 돈을 버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세상이다. 비정해 보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나 그럴 것이다.

사회자는 쫓겨난 사람에게 왜 지목된 것 같으냐고 묻기도 한다. 하나같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자기보다 더 기여를 못한 사람이 있는데 자신이 지목되었다고 한다. 이것 역시 인생이다. 세상사람 가운데 자신이 악인이라고 생각하거나 비열하고 용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세상은 모두가 자기 자신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 아닌가?

사실상 사회로부터 연결고리(유대)가 약한 사람은 무능력자이기도 하지만 가장 능력이 많은 사람도 ‘위키스트 링크’가 된다. 물론 학교에서는 그렇게 배우지 않지만 실은 그렇다.

제주는 어떤가? 제주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무엇인가? 3명이 남을 때 강자를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5, 6등 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기 위해 게임의 초반에서부터 강자를 내보낸다. 아니면 게임의 규칙을 바꾸어서라도 실력있는 사람을 조기에 내보낸다. 제주에 인재가 없다고들 한탄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인재를 내몬다.

이런 예는 많이 있다. 어떤 관광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할 계획을 수립할 때면 가장 관심이 있는 부분은 어디에 건설하느냐이다. 입지에 대한 관심은 최적지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지가 않다. 다만 자기 땅 근처에 갖다놓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개인에게는 득이 되지만 제주사회 전체로 보면 득이 되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된다.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파이를 차지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싸우다 보면 아무에게도 파이가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알만한 양반들이 그런 짓을 한다. 누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결고리이고 누가 사회에 해악이 되는 연결고리인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위키스트 링크’는 누구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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