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졸업식’엔 일그러진 뒤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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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순찰차가 교문 주변에서 경광등을 번쩍이고, 정복을 입은 경찰관은 학교 주변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다. 요즘 중·고교 졸업식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경건한 가운데 선·후배와 사제 간 석별의 정을 나눠야 할 졸업식장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졸업의 해방감’이 도를 넘어서 폭력적인 뒤풀이로 표출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지만 살풍경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학교에서 졸업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색 있는 졸업식들이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내일 졸업식을 갖는 삼성여고는 교사와 재학생 후배들이 겨울방학 동안 준비한 다채로운 축하공연을 펼친다고 한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래고 새출발하는 졸업생들의 미래를 축복해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하니 그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서귀포중학교도 이날 졸업식 행사에 앞서 올레 6코스를 걷는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함께 올레길을 걸은 뒤 칠십리 야외공연장에서 축하공연이 있는 졸업식을 가질 예정이다. 제주시내 동화초등학교도 같은 날 졸업생들이 20년 후 당당한 모습으로 사회의 주역이 되겠다는 약속의 편지를 타임캡슐에 담는 이색적인 졸업식을 갖는다. 이 타임캡슐은 2032년 1월 1일 오후 1시에 개봉한다고 한다.

올해로 100회째 졸업식을 갖는 대정초등학교의 졸업식 주제는 ‘꿈 큰 몽생이들의 추억(MEMORY) and 출발(START)’이다. 6년 간의 초등학교 시절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며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졸업장이 수여되는 동안 졸업생들의 사진과 좌우명, 장래희망 등이 담긴 영상이 소개될 예정이다.

졸업은 하나의 과정을 마치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다음 단계를 향한 출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식은 축제가 돼야 하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 교사, 학생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모두 나서면 졸업식의 일탈을 막을 수 있다. 내일 이들 학교에서 시작되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모든 학교로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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