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불 지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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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만과 가정불화, 비관자살 등 원인으로 지난 한해동안 도내에서 발생한 방화사건이 42건에 달한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더구나 전년도 보다 11건이 더 늘었다고 한다.

이런 추세라면 ‘사회구성원의 욕구나 행위의 무규제 상태’를 말하는 ‘아노미(anomie)'사회로 가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경제적으로 풍족해지고 평균 수명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윤리적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더 가난해지고 사람들이 세파에 부딪치면서 지치고 쇠약해진 것은 아닐까.

최근의 사회풍조, 특히 방화 범죄의 증가추세를 보면 그런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경제적인 ‘양극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정신적인 ‘갈등문화’에 깊숙이 젖어들고 있다.

내 자신의 일이 아니면 남의 일 모두의 일에 대한 무관심과 태만, 충동적이고 일회적인 행동양태, 땀흘려 일하는 것을 바보로 여기는 노동천시, 제도적 규범질서가 해체되어가는 징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전통적 제주사회의 가치와 규범질서가 사라진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나타난 방화 범죄는 우선 범죄자 개인의 범죄적 인격 소질 성향과 범죄행위 당시의 구체적 정황이 문제될 수 있겠다.

따라서 범죄의 개인적 원인이 규명되어야 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교정치료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방화 범죄성향과 그것이 퍼져가는 추세는 그러한 미시적 분석과 대책만으로는 크게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이른바 방화자의 환경 등 만을 추적해서는 우리 사회의 ‘아노미’현상을 고쳐낼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사회 구성원 거개가 일반적으로 물질적 성공목표의 추구에 급급하고 사회 규범의 준수를 다른 사람에게만 요구할 뿐, “나는 예외”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는 데 있다.

범죄의 심리적 동기가 어떻든 간에 우리사회의 윤리부재 규범해이로 홧김에 불 지르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공동체적인 삶의 양식을 포기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라는 얘기다.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스스로 거울 앞에 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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