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역사와 전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우리는 가끔 역사와 전설을 혼동한다. 영국의 유명한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할렛 카(Edward Hallett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재의 눈을 통해서, 그리고 현재의 문제들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나아가 역사가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를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역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전설에 역사를 결부시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서는 전설을 역사에 결부시키려는 사람이 이외로 많다. 더욱이 전설을 사실화 하려는 상황에 이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서귀포에는 서복 또는 서불 전설이 있다. 이 전설과 관련하여 기념관을 짓고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기념관과 매해 여는 국제학술대회를 보면서 전설을 사실화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더욱이 사실화 하는 것을 넘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귀포라는 말은 서복이 이곳을 거쳐 서쪽으로 갔다는 데서 생겨난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한국학중앙연구원 신종원 교수가 “西歸라는 방향 상으로 제주도에서 다시 중국 땅으로 가야 하는데 어느 책에서도 서불 일행이 귀국하였다는 말은 없다.”고 하면서 徐?過此는 분명히 瀛洲와 어울리는 문구지만 서귀포가 이것에서 유래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서귀포라는 지명이 생긴 것은 퍽 오래 전이겠지만 그것이 서불의 東航을 말해주는 증거물이라 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 발표되는 자료를 보면, 제주도 삼성신화는 물론 삼성신화와 함께 전하는 이야기까지도 서복의 후손 이야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곧 서복 집단이나 그 후인이 “맛좋은 샘물과 비옥한 토지가 있는 곳으로 가서 화살을 쏘아 거주할 땅을 점치고, 처음으로 오곡을 파종하고 말과 소를 길러 나날이 부유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쯤 되면 제주도민 중 많은 사람이 서복의 후예라는 것이 된다. 그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반론을 펴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이러한 발표를 했는지도 모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몇 년 전에 일본의 역사학자인 쓰루마 가즈유키[鶴間和幸]가 진시황제에 대한 책을 냈다. 중국 고대사를 전공한 저자는 진?한 제국의 역사, 특히 시황제릉에 대한 현지조사를 정력적으로 추진하면서 연구하는 학자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 진시황제>란 이름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에는 <사기> ‘회남왕전’에 보이는 오피의 서복 이야기와 ‘진시황 본기’에 보이는 서복 이야기가 명확히 다른 내용이라면서, <사기>를 쓴 사마천이 낭야대를 탐방했을 때 귀로 듣고 생각했던 서복 이야기를 시황제의 연대기를 집필할 때에 관련 부분을 삽입한 것이라고 했다. 곧 진나라 입장에서 기록한 <진기>에는 없는, 제나라 지역의 구승 전설을 진나라의 역사에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나아가 오피의 서복 전설은 본래 서복 그 자체를 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전설 기사의 진위 판단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일본 열도에서 서복에 관한 후세의 전설과 유적이 다수 발견되었지만 동시대의 유적과 사료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서복 전설을 관광자원화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설을 내세워 역사를 왜곡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기회에 우리 주변에 있는 전설을 역사화 하고 있지 않은지를 신중하게 살펴봐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