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및 학과 선택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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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신입생을 맞이한 모 교수님께서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대학에 들어온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한 명씩 거창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대답을 하는데, 어떤 한 학생이 주춤거리더니 ‘남들이 다 가니까 그냥 왔어요!’라고 했다. 순간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그냥 넘겨버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이것이 지금 대학을 선택하고 있는 우리 자녀들의 안타까운 현실일지도 모른다.

우리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려는 실제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많은 이유들이 있지만 꼭 하나를 들자면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장래의 직업선택과 연결이 되어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수십만 가지의 직업이 있다하지만 자신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관련분야에 대한 적성과 기술, 열성 즉, 마음껏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동기적 특성, 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여건이나 기회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이나 학과를 선택하려면 ‘나’에 대한 탐색이 우선되어야 한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사람과 어떤 일을 할 때 신나는지, 그리고 어떤 성격과 소질을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한 전반적 탐색과 직시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위 이러한 자아정체감 탐색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에릭슨이라는 학자는 최소한 2년간의 심리적 유예기가 필요하다고 하였고, 충분한 고민과 갈등과 경험을 통하여 자아정체감 확립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부모들은 자녀들이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키고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였으며, 이런 의미에서 배낭여행처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삶을 깨쳐나가는 경험도 하나의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 자녀들의 교육 현실은 어떠한가? 대학 선택의 의미도 모르는 채,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해볼 심리적 여유조차 못가진 채 그저 무작정 성적을 높이기 위한 씨름만을 해야 했다. 그리고 막상 진학을 하려니 선택방법의 다양성이라는 현 입시정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학과 학과 선택에 머리가 아프고 부모들과 진학담당교사들까지도 혼돈스럽게 한다. 대학마다 영역별 배점이 다르고 ‘수시’니 ‘정시’니 하여 같은 학급의 학생들 사이에도 개별적으로 처해진 상황이 다르다. 그리하여 고등학교에 따라 수업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학교도 생겨나고, 이미 대학에 합격한 아이들 중 고등학교에서 공부해야 하는 목적이 오로지 대학가는 데에 있는 경우는 더 이상 공부해야 할 이유조차 없어져 버린다.

대학 및 학과선택은 어떠한가? 충분한 자기 탐색과 주위환경여건을 고려하여 학과를 선택하기보다는 내신성적이나 수능성적에 맞게 선택하다보면, ‘남들이 가니까, 그리고 주위에서 가야 한다니까 그래야 되나보다 하고 왔다’는 말이 현실적으로는 진실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선택한 대학이나 학과가 자신의 적성에 맞다면 너무나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고등학교 때 이미 고민해야 할 일들을 대학에서 와서 해야 하고, 결국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꼴이 된다. 어쩌다 입학초기에 갈등을 겪고 있는 학생을 만날 때 그나마 지금이라도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충분히 고민하도록 조언한다. 일생에 있어 중요한 일들에 대해 내 적성과 무관하게 선택했어도 이미 선택했으니 그냥 가보자는 것은 앞으로 더 많이 살아야할 삶을 생각하면 아니라는 생각에서이다. 그러나 이런 고민조차 없이 그냥 ‘남들이 졸업하니까, 주위에서 그래라 하니까’하는 맘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선택했을 때 과연 그 직업이 본인에게 애착을 가지게 하고 능력을 발휘하게 하며,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깨닫게 하는 삶의 끈이 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세상의 흐름에 따라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삶에서의 주인공은 더 이상 내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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