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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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서도 신문 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으로 치면 황우석 서울대 교수, 말(단어)로 치면 염치(廉恥)가 단연 두드러진다.

황 교수는 뉴스의 핵심으로, 염치는 사회적 희구(希求)로 회자된다.

그런 황 교수와 염치가 지난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함께 했다.

황 교수는 “용서를 빕니다”라는 첫 마디로 회견을 시작하고는 “더 답변할 수 있는 염치도 없습니다”라며 회견을 마무리 했다.

그동안 확신에 찼던 황 교수의 몸짓이 논문조작에 대한 비난과 또 그로 인한 설움이 복받쳤는지 울먹거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지만, 회견 내용의 시시비비를 떠나 그래도 황 교수의 화려한 말솜씨는 여전했다.

▲환갑잔치도 칠순잔치도 극구 사양했던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씨.

그가 지난해 11월 가족들의 성화에 할 수 없이 치렀던 팔순잔치 때 일이다.

그는 당초 가족과 평소 가까웠던 인사 20명 정도가 참석하는 조촐한 자리를 기대했다가 100여 명이 넘는 하객이 몰려 건강과 장수를 축원하는 바람에 무척 당황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솔직히 여기에 선 것이 염치가 없다고 본다. 이유는 다른 사람보다 오래 살아 염치가 없고, 작가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겼는데도 보상을 못 받고 떠난 사람에 비해 나는 한 일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아 염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한국문단의 원로답게 꼿꼿한 작가정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다.

그의 겸손이 더욱 새삼스럽다.

▲염치란 청렴(淸廉)하고 수치(羞恥)를 아는 마음이다.

자기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을 때 상대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이다.

이로써 양심에 가책을 느낄 일을 삼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이다.

예로부터도 ‘염치를 안다’를 나라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삼았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염치의 도(道)가 사리지고 있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부터 잘못을 저지르고도 도무지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정치인들의 염치없는 행태는 그칠 줄을 모른다.

이들에겐 몰염치(沒廉恥)가 시대정신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정말로 “염치가 없다”고 자성하는 정치인들이 그리운 올해 한국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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