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요인과 질병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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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전문의 김준희
아버지 부시라고 불리는 미국의 41대 대통령이었던 66세 조지 부시는 1991년 5월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에서 조깅을 하던 도중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면서 숨이 차고 가슴이 조여 옴을 느꼈다.
의식을 잃어 미국해군병원으로 옮겨졌고 정밀한 진단 과정을 거친 후 그레이브스 병이라고 하는 갑상선을 침범하는 자가 면역질환에 걸린 것이 확인됐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이 병을 진단 받기 18개월 전에 아내인 바바라 부시와 그들의 애견인 밀리도 그레이브스병과 개에게서 생기는 일종의 자가 면역질환인 루푸스에 걸렸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 경호실이 발칵 뒤집어 졌다.
 백악관을 포함한 대통령 부시가 살았던 많은 지역의 물을 수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왜냐하면 이 병의 원인중의 하나가 과다한 요드의 섭취라는 환경적인 요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병에 걸리면 가장 최신의 시설에서 훌륭한 의사로부터 치료 받기를 간절히 원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병에 걸리기 전에 병의 원인 혹은 유발인자라고 생각되는 환경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중 환경요인은 사람들이 사는 지리적 환경, 문화적 배경 혹은 경제상태에 따라 매우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마다 독특한 병의 발생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필자가 생활했던 호주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흔한 위암 환자를 거의 볼 수가 없는 반면 대장암, 유방암 그리고 폐암의 빈도가 상당히 높았고 그 중에서도 과거 석면을 전세계에 수출했던 나라답게 석면과 관련된 중피종 환자도 심심치 않게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호주는 기관지천식, 아토피 등 알러지 질환의 빈도가 전세계에서 가장 흔한 나라 중 하나다.
 그 원인은 호주에 풍부한 동식물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교과 과정 중 하나가 기관지 천식이 발작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다.
초보 제주도민 의사가 된 본인이 보는 제주도 환자들의 질병 양상도 육지와는 많이 다름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
위내시경을 하다 보면 역류성 식도염 환자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복통 환자 중 급성 췌장염 환자도 많다.
 대낮에도 얼굴이 불그스레하게 술이 올라 있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면 술과 연관된 질환이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외래에서는 만성적인 기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독감 계절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제주도민의 호흡기 혹은 알러지 계통의 질병이 흔함을 추축할 수 있다.
산 좋고 물 맑은,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에 둘러 쌓인 제주도에 우울증 환자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다.
의사는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그 전에 환자의 질병을 잘 이해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고통 받지 않도록 예방적 계몽활동 및 처치를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은사님의 말씀이 다시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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