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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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교문을 나선 지 정확히 30년이 됐다. 지난 주말 그를 기념하는 뜻 깊은 행사에 참석했다. 이름 하여 ‘00고등학교 제11회 졸업 30주년 및 사은회’다. 모 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행사엔 동창생 80여 명이 왔다. 그중엔 멀리 서울 등지에서 온 친구들도 꽤 있었다. 특히 식장엔 고교 시절 은사님들이 자리를 함께 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몇 분은 이미 은퇴했다. 하지만 그 시절 형 같던 초년 선생님은 아직 교단에 계신다. 자리를 함께 하니 누가 선생님이고, 누가 제자인지 분간이 안 됐다.

▲30년, 지나고 보니 한 순간인데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그런 긴 세월이다. 영상자막에 일일이 소개되는 졸업 사진은 까까머리에 검정 교복차림이다. 무심한 세월은 그 동창생들을 모두 중년의 백미라는 50줄에 들어서게 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제는 자녀들이 고교 졸업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 세대가 바뀐 거다.

물론 동창생들 중에는 자주 만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더러는 졸업 후 처음이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그 얼굴은 크게 바뀐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를 그 누가 비껴가겠는가. 모두들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어쩔 수 없이 외모에서 세월의 흔적이 오롯이 묻어났다. 잔주름은 자꾸 늘어나고 머리숱은 적어진다. 그 대신 흰머리의 비율은 자꾸만 높아지고 있다. 흐릿해진 시력에 명함을 보며 안경을 올려봤다 내려봤다 아주 공사가 다망하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그 간에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이다. 사회자가 그 이름들을 하나 하나 불렀다. 그들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모두들 숙연한 표정이다.

▲화제는 단연 ‘그때 그 시절’이었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가리지 않고 건배구호가 넘쳐나고 빈 술병은 늘어갔다. 그 순간 만큼은 모두 ‘가장, 직업’이라는 외투를 벗어 던지고 꿈 많고 천진했던 ‘고교생’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연회장을 빙 둘러서서 옆에 있는 사람의 손을 잡고 어깨를 좌우로 움직이며 합창했다. 겨울 밤을 부여잡고 부른 그 노래,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오택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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