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정책 지속가능한가
자전거정책 지속가능한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전거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도시는 네덜란드의 그로닝겐시이다.

네덜란드 7번째 규모이면서 인구 18만 명의 도시 그로닝겐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보유하고 있고 시민의 50%, 학생들의 80%가 등하교시 자전거를 이용하는 말 그대로 자전거 천국이다.

자동차 총 보유대수는 7만 1천대 수준이지만 자전거 보유대수는 30만 대에 육박하며 시내 전역에 걸쳐 360km의 자전거 도로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로닝겐은 도시 주요 기능이 도심에 집중된 ‘집약화 된 도시(compact city)’이다. 이러한 도시 본래 특성을 살려, 신규 주택단지는 구 주택단지와 인접하게, 사업장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도로의 접근이 용이한 곳에 허가해 주거지와 도심을 적절히 연계한다. 또한 자전거가 빨리 달릴 수 있게 도심에는 자동차의 주차를 제한하고, 자동차 진입 금지 구역을 확대하는 등 정책적으로 자동차에는 ‘불편함’을, 자전거에는 ‘편리함’을 느끼도록 하는 도심 환경을 조성했다.

그로닝겐시의 정체성은 바로 집약화 된 도시구조와 교통정책을 긴밀히 연결함으로써 이를 통해 경제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로닝겐은 또 편리하고 경제적인 교통여건 조성을 위해 시내 자전거 도로망 구축, 교차로 등 교통 혼잡지역에서 자전거 진입 우선권 부여, 버스전용차로 운영 및 대중교통 이용 확산,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도로 운영 등을 교통 정책의 우선 순위로 추진해 오고 있다.

유럽의 또 다른 자전거 친화도시로 독일의 뮌스터시가 있다.

인구 27만의 도시 뮌스터는 자동차 보유대수는 14만대가 채 되지 않지만 자전거 보유대수는 30만대가 넘으며 연장 300km에 이르는 자전거 도로를 갖춘 독일 최대의 자전거 도시이다.

자전거 수송율이 35.1%에 이르는 뮌스터의 자전거 정책은 ‘효율적인 도심기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도시 기본정책과 매우 긴밀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뮌스터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가 도심 녹지 공간인 ‘프로메나데(Promenade)’이다.

과거 도시를 둘러싸고 있던 성곽부지에 녹지대와 숲을 만들어 자전거와 보행자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된 프로메나데는 그 길이가 8km에 불과하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이자 사람들이 자주 찾는 명소가 되었다.

뮌스터시는 자전거 관련 기반시설을 점진적으로 갖추어 나감과 동시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자전거 이용 홍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그 예로 교통수단별 공간효율성을 비교하는 실험을 도심 한 복판에서 했는데 자동차는 버스나 자전거 보다 월등히 많은 도로 공간을 필요하며 도심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뮌스터시에서는 자동차 운행이 지극히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시민들에게 설득시켰다.

또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불리하며 자전거 이용이야말로 환경문제나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는 좋은 방법임을 체득하는 교통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이들 자전거 도시들이 추진하고 있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의 공통점은 자동차 이용을 억제하고 자전거와 대중교통의 유기적인 연계를 꾀하는 데 있다.

또한 신호등. 표지판. 자전거 보관시설 등 자전거 편의시설을 극대화해 자전거 안전 문제를 해결하고 환경문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우리 입장에는 유별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금 인구 3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제주시가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 등록을 홍보한 결과 2004년 말 현재 등록대수는 6100대에 불과했다.

직업별로는 학생이 5557대로 전체의 91%를 차지하고 있고, 연령별로는 12세 이하가 2177대로 36%, 13세~15세가 2268대로 37%로 집계됐다.

제주시가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위해 자전거 도로를 정비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까지 171.5km였고 자전거 주차 공간은 456개소에 8691대분이 설치됐다.

그런데 제주시는 지난해 자전거도로 정비에 5억원을 투자한 것을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이유로 올해는 한 푼의 예산도 투입하지 않는다.

다만 자전거 축제, 시범학교 운영 등의 홍보기획에 1억 9000만원, 시설비(보관대 200개소) 1억원, 유지보수, 교육 등 자체사업에 6000만원을 투자하는데 그치고 있다.

생태도시를 지향한다는 제주시의 자전거 정책이 겉돌고 있는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럽의 자전거 도시는 도심의 환경문제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년을 내다보고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는 데 반해 제주는 너무나 근시안적인 발상으로 애면글면하고 있다.

도심은 자동차로 뒤범벅되고 있는 데도 말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