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생물’
‘정치는 생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선현들이 동양화의 화제(畵題)로 즐겨 삼았던 것이 매(梅)·난(蘭)·국(菊)·죽(竹)이다. 이른바 사군자다.

매화는 엄동설한에도 꽃을 피우고, 난초는 고고한 삶을 살고, 국화는 서리 내리는 늦가을에 피어나고, 대나무는 겨울에도 그 푸름을 간직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대나무를 으뜸으로 쳤다. 곧게 뻗은 그 단단함은 군자의 표상으로, 텅 빈 속은 청렴을 말하는 ‘허심(虛心)’의 상징으로 여겼다. 한자어 절(節)은 대나무의 옹골찬 마디를 지칭한다. 이래서 세한고절(歲寒孤節)은 겨울 속 대나무를 뜻했다.

이런 이유로 선현들은 진퇴유절(進退有節)이란 말을 깊이 새겼다. 모름지기 선비는 물러나야 할 때와 나아가려 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4·11총선을 앞두고 ‘진퇴’문제로 연일 뜨겁다. 특히 퇴진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다. 퇴진을 밝힌 인사들도 그 방식은 각양각색이다. 아예 보따리를 싸들고 ‘유구무언’이라며 떠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보따리를 싸지만 제 발로는 걸어나갈 수 없다는 이도 있다.

새누리당 최다선(6선) 홍사덕 의원과 홍준표 전 대표는 공천 신청을 포기하고 거취를 당에 일임했으며 민주통합당 최다선(5선) 박상천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부 현역 의원들도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조만간 선언할 예정이다.

여당 공천위원장의 “자기를 버리는 분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는 말이 있은 후 중진들은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형국에 처해 있다. 일부 여권 실세들은 돈봉투와 측근 비리 등으로 이미 낙마했다.

텃밭을 떠나 다른 곳에서 둥지를 틀려는 현역 의원들과 복당을 신청한 탈당 인사들, 영입된 신진 인사 등으로 정치권의 문턱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고 하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다. 살아 숨쉬며 변해간다.

때가 되면 매화, 난, 국화가 꽃망울을 터뜨리지만 예전 그대로가 아니다. 대나무의 마디도 새롭다.

공천이 끝나면 유권자들 차례다.

민심은 어떻게 흐를까.

민심도 생물이니까.



고동수 서귀포지사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