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다양한 영재학교가 설립되었지만 이들 학교가 일반 학교교육에 맡기면 도태되는 영재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나라엔 영재가 너무 많다. 아니면 우리나라 영재는 질이 떨어지는 것인지...
뉴질랜드에 사는 키위라는 새는 앞을 보지 못하고 날지도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키위가 서식하는 지역이 화산지대여서 뱀이나 파충류 따위의 천적이 없는 반면 먹이가 풍부하다 보니 굳이 날아다닐 필요가 없어지고 날개와 눈의 기능이 퇴화된 결과라고 한다. 주어진 현실 여건에 안주하다 보면 본래 갖고 있던 능력마저 사라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상징적인 사례인 것이다.
쓰지 않으면 퇴화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실은 쓰지 않으려고 아끼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예를 들어 보자. 누군가 뭘 물어봤는데 모르는 경우, 즉석에서 모른다고 답할 정도가 되려면 상당히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또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은 결국 배워서 알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은 모르면서도 아는 체 하고 싶어 한다.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유머로 받아 넘기기’이다. 한 두 마디 재치 있는 말로 청중을 웃기며 실제로 답은 하지 않고 슬쩍 넘어가는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엉뚱한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시침을 떼면서 질문을 잘못 들은 척 하면 그만이다. 조금 세련된 방법은 ‘되묻는 방법’이다. 질문자에게 문제를 돌리는 것이다.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공이 강하면 질문자가 답을 하게 되고 자신은 답을 하지 않은 채 질문자의 답을 가지고 놀면 된다. 넷째는 바쁜 체 하면서 이것저것 둘러대서 물어볼 시간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상대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그것과 상관없는 얘기만 숨차게 뱄어놓고 자리를 살짝 피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질문에 대해 자기가 아는 일부만 장황히 대답하기’, ‘기선을 제압하여 질문을 못하게 만들기’, ‘바쁜 체 하면서 자리를 피하거나 안만나주기’, ‘주제와 관련없는 얘기 둘러대기’, ‘어려운 주제이기 때문에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둘러대기’, ‘진지해 지려고 하면 술 권하기’ 등등.
때로는 전혀 모르면서도 ‘잘’ 모른다고 답한다. 이것은 실은 우리나라에서는 관용표현이다. 전혀 몰라도 잘 모른다고 답한다. 이런 경우 가끔 상대를 괴롭히기 위해서 ‘그러면 아는 데까지 말해달라’고 추궁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런 방식으로 그때그때 모르는 사안에 대해 체면을 안구기고 대처할 수 있다. 물론 누구라도 상대방은 ‘이 사람이 모르는구나!’라고 알아차린다. 또한 그가 모른다고 말할 정도의 수준에 달하지 못했음도 쉽게 간파한다. 그러나 굳이 그걸 지적하지는 않는다. 그저 속으로 웃고 있을 뿐이다. 최소한 나는 그렇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손쉽게 때워지나? 나는 능력을 상실한 키위처럼 그리고 문맹이 되어버린 영재처럼 자신만 바보가 되는 것을 왜 자기 자신은 모를까? 나는 이런 ‘왕년의 천재들’을 제주에서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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