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랑자취(滄浪自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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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결이라는 뜻인 창랑(滄浪)은 중국의 강 이름이기도 하다.

 

벼슬길에서 물러난 굴원이 지은 ‘초사(楚辭’)의 ‘어부편(漁夫篇)’에 보면 “창랑의 물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는 시구가 있다.

 

이는 시국이 좋으면 벼슬자리로 나아가고 시국이 나쁘면 산야에 묻혀 살겠다는 선비의 기개가 담긴 시로 알려진다.

 

그런데 공자는 이 구절을 인격의 질과 관련해 좀 다르게 해석했다.

 

개개인의 인격이 맑고 흐림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인격이 맑으면 사람들이 갓끈을 씻는 자세로 소중히 여기고, 인격이 흐리면 발을 씻듯이 아무렇게나 대한다는 말이다.

 

갓끈을 씻든, 발을 씻든 어떤 대우를 받느냐 하는 것은 창랑 물 그 자체의 성격에 달렸다는 뜻의 문구가 바로 창랑자취(滄浪自取)이다.

 

▲박희태 국회의장이 엊그제 직을 내던지며 국민들에게 고개를 떨궜다.

 

‘돈봉투 사건’에 대해 유구무언의 심정으로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을 다 지고 간다고 했다.

 

박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고칠 제도는 고쳐 한 점 오염되지 않은 정치풍토가 되기를 바란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그는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느냐며 모든 게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창랑자취’의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말의 가벼움과 행동의 무거움’을 깨달아 늘 처신에 조심해온 노정객의 안타까운 말로를 보며 마음이 아리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서 본 한국 남성이 은퇴를 겁내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평생 정신없이 일만 하고 살다보니 하던 일 외엔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

 

은퇴 후에는 놀 줄도, 집안일을 거들 줄도 모른다는 얘기다.

 

일반인도 그렇거늘 평생 갑(甲)으로 살던 이들의 노후가 더할 것은 불문가지다.

 

공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경계해야 할 점 세 가지를 들었다.

 

젊을 때의 색욕(色慾)과 중년의 다툼, 노년의 탐욕(貪慾) 등 이른바 군자삼계(君子三戒)이다.

 

보통 사람이더라도 누구나 마음속에 새겨 잠시도 잊지 말야야 할 계(戒)일 터다.

 

옛말에 평생을 이슬만 먹고 살았어도, 황금 보기를 돌같이 했다 해도 말년의 한 순간이 서푼의 벼슬에 팔려 망치면 그 삶은 더러운 삶이라 낮추었다.
<함성중 편집국장>
hamsj@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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