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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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성균관은 지금으로 보면 최고의 국립대였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학비 면제는 물론 모두 기숙사에서 무료로 지냈다. 기숙사는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있었다. 이들 재에는 각각 28개의 방이 있었다. 기숙사 식당에서 나오는 하루 두끼 식사도 공짜였다. 가끔 특별한 날에는 별미라는 특식도 나왔다고 한다. 성균관에서 오래 생활했던 윤기(1741~1826년)가 ‘무명자집(無名子集)’에 남긴 기숙사 얘기다.

▲대학 입학과 개강을 앞둔 요즘 기숙사 들어가기가 전쟁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딸을 보낸 한 선배도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에는 운이 좋아 농협에서 운영하는 장학관에서 딸이 지낼 수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출신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탐라영재관에도 입주 신청을 했다. 이들 기숙사들은 월 관리비가 10만원대여서 저렴하고 시설과 각종 복지혜택도 좋다는 평이다. 제주대 기숙사도 들어가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타 시·도 출신 학생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다 보니 도내 학생들은 주소를 잠시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위장전출(?)’을 해서라도 기숙사에 들어가겠다는 ‘눈물 겨운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YMCA가 최근 지방 출신으로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주거환경을 조사했다. 그 결과 14만명 가운데 기숙사에서 지내는 인원을 제외한 12만명의 절반 가량이 ‘쪽방촌’ 수준의 방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택법상 최소 주거면적 기준인 14㎡ 이하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주거권’은 너무 먼나라 얘기인가.

▲‘1000만원 등록금’시대를 사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입학과 개강은 희망찬 출발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경제적 고통과의 싸움이 시작된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등록하면서 머물 곳을 걱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기숙사에 입주하면 좋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새삼 중요한 시점이다.



신정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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