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과 개강을 앞둔 요즘 기숙사 들어가기가 전쟁이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딸을 보낸 한 선배도 요즘 고민이 많다. 지난해에는 운이 좋아 농협에서 운영하는 장학관에서 딸이 지낼 수 있었는데, 올해는 아직 결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출신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탐라영재관에도 입주 신청을 했다. 이들 기숙사들은 월 관리비가 10만원대여서 저렴하고 시설과 각종 복지혜택도 좋다는 평이다. 제주대 기숙사도 들어가기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타 시·도 출신 학생에게 우선 입주권을 주다 보니 도내 학생들은 주소를 잠시 이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위장전출(?)’을 해서라도 기숙사에 들어가겠다는 ‘눈물 겨운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YMCA가 최근 지방 출신으로 서울 등 수도권 대학에 다니는 재학생을 대상으로 주거환경을 조사했다. 그 결과 14만명 가운데 기숙사에서 지내는 인원을 제외한 12만명의 절반 가량이 ‘쪽방촌’ 수준의 방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택법상 최소 주거면적 기준인 14㎡ 이하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주거권’은 너무 먼나라 얘기인가.
▲‘1000만원 등록금’시대를 사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입학과 개강은 희망찬 출발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경제적 고통과의 싸움이 시작된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등록하면서 머물 곳을 걱정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덜 드는 기숙사에 입주하면 좋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실정이다.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 새삼 중요한 시점이다.
신정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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