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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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보내며 씁쓸한 소식을 하나 접했다.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청렴위원회 청렴도 평가결과 226개 자치단체 중 225위를 기록한 목포시가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고 부정부패와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한다. 목포시는 비리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부정부패신고포상금지급조례’를 제정했다. 공무원 비리를 신고하면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신고대상은 금품.향응 수수 외에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의무 불이행으로 시 재정에 손실을 끼친 행위, 다른 공무원의 직무수행을 저해하는 알선, 청탁행위 등이다.

225위가 가져 온 고육책이지만 자치단체의 청렴도 순위야 어쨌든 늘였다, 줄였다 하는 고무줄이고 오십보 백보이고 보면 다른 자치단체들도 잘 새겨 볼 만한 조치다.

▲다산 정약용은 “청렴은 목민관 본연의 자세며, 모든 선한 일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으면 목민관의 일을 능히 수행해 낼 수 없다”고 ‘목민심서’(牧民心書)를 통해 설파했다. 그렇다면 공무원 비리를 신고하면 최고 1억원의 포상금까지 준다고 하는 이 세태에 다산이 본 청렴의 기준은 어디까지일까. 다산은 청렴을 세 가지 등급으로 매겼다.

“청렴에는 3등급이 있다. 나라에서 주는 정해진 녹봉 외에는 일체 받지 않고 받은 녹봉도 먹고 남은 것은 집으로 가져가지 않으며 벼슬에서 물러 날 때에는 타고 갈 말 한 필 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소위 ‘옛날의 염리(廉吏)’로서 최상의 등급이다. 그 다음은 정당한 것은 받고 정당하지 않은 것은 받지 않으며 먹고 남는 것은 집으로 보내는 것인데, 이것이 ‘중고(中古) 시대의 염리’다. 가장 아래로는 돈을 받고 자리를 팔지 않으며 세금을 중간에서 착복하지 않는 것, 이것이 소위 ‘오늘날의 청백리’다.”고 했다.

포상금을 1억원까지 줄 정도로 세 번째 등급에도 끼지 못해 안달해 하는 것이 오늘날 공직자의 자화상이다.

▲최근 미국에서도 잭 아브라모프의 로비 스캔들이 워싱턴 정가를 바꿔놓고 있다. 의원과 보좌관들이 로비스트와 식사를 피하는 것은 물론 서로 자기 밥값을 자기가 내겠다고 다투고 있다고 한다. 다산의 청렴도 중 2단계를 경계하는 밥값을 둘러싼 소동이다. 우리로선 부러운 모습이라고 해야 할지.

다산의 청렴도에서 2단계도 아닌 3단계를 위해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우리 공직사회가 한없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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