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싸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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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에 대학을 다녔던 것 같은데 이제 딸이 대학을 다니게 되었으니, 그로부터 벌써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때는 무엇이든 자신 있었고, 설령 못하더라도 ‘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겁이 없었는데, 이제는 매사가 두렵고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몸도 예전 같지 않아서 행동까지 굼뜨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 시절 나는 참으로 무모하고 버르장머리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 그나마 철이 들어, 내가 참으로 보잘것없는 사람인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렇게 나이를 먹어가면서 매사가 두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좋아해서, 어제 했던 일을 오늘 또 다시 하는 것을 지겹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음운학을 전공으로 했지만, 때로는 문자학도 문법도 공부하고, 심지어는 종교나 철학방면까지도 관심을 갖곤 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해 보려고 하는 나의 성격은, 소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무엇인가를 고치려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그 때는 그들이 나의 사랑이요, 나의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하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대하고 그렇게 믿어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그들은 ‘잘 고치는 것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내 멋대로 고치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인 물은 썩기 쉽듯이, 부단히 변화하지 않는 것은 부패하기 쉽다. 그래서 사람은 한 곳에 오래 머물면 나태해지고, 요령만 늘어, 일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챙길 수 있는 길을 찾아가기 때문에,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주고, 사람을 바꾸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자리를 옮겨주고 사람을 바꾸어 준답시고, 시정에서 구르는 것이 어울리는 사람을 고귀한 자리에 앉혀놓는다고 누구나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 해가 밝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올해는 작년과 무엇인지는 몰라도 다르고 싶다. 그러나 아무리 다르고 싶어도 작년이 없이 올해가 있을 수 없고, 어제가 없이 오늘이 있을 수 없다. 아무리 부끄러운 어제라 할지라도, 어제 없이 오늘이 있을 수 없으니, 어제는 오늘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제의 내가 부끄럽거나 어제의 우리 역사가 부끄럽다고 과거를 깡그리 부정하고 새로운 내일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부모가 늙고 병들어 부끄러운 모습이 되었더라도, 나는 내 부모의 자식이고, 또 지금의 부모는 나의 미래이기도 하며, 아무리 부끄러운 과거일지라도, 우리의 과거는 우리의 것이고, 과거가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하였듯이, 오늘도 똑 같은 모습으로 내일로 변해가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은 일단 과거를 부정하고 나아가서는 무조건 바꾸는 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오늘도 내일이 되면 부정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오늘 바꾼 것이 영원하리라고 믿는 것 같다. 자기들까지는 잘났다고 까불어대지만, 나이 들어 세상물정을 좀 아는 사람들은 아마도 ‘근본도 모르고 날뛰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인 척하지만, 정의로운 척하는 것과 실제로 정의로운 것은 다르다. 코드라는 말로 적당히 치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작당이고, 부패한 과거를 청산한다고 호도하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잡은 권력을 이용하여, 나보다 잘 살았던 사람들을 싹 쓸어버리는 한풀이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기대도 않을 테니,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말썽 좀 피우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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