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졸업식장에서 사라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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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시즌을 맞은 대학가가 전반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다.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장에 찾아오는 하객도 상당히 줄어들었는데, 우선 졸업생들 표정부터가 밝지 않다.

아예 졸업식에 나오지 않는 졸업생들도 많다고 한다.

졸업하는 선배를 둘러싸고 만세를 부르는 후배들이나 학사모를 하늘에 날리며 환호하는 졸업생들은 간곳없다.

아들의 학사모를 쓰고 함박 웃음을 짓는 늙은 어머니들도 사라졌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서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자아실현은 물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길 바란다”는 졸업식사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졸업생들의 어깨위로 공허하게 맴돌 뿐이다.

야망을 꿈꾸며 의욕에 불타서 사는 시절이 20대이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는 우리 20대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으니 딱하고 안타깝다.

20대 실업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대학졸업 후 “100번 이상 취업에 실패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혹한 생활여건이 오늘날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주어진 현실이다.

‘사오정’(45세 정년) 세대를 목격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그들이다.

도박하는 심정으로 고시촌에서 인생역전이나 꿈꾸며 살아야 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우리 가슴을 적신다.

문제는 이 같은 ‘젊은이들의 위기’가 단지 일자리 부족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20대들이 유난히 극심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은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1등만을 강요해온 사회풍토와 기성세대에서 그 1차적인 책임을 찾아야한다.

어른들은 자녀가 대학만 들어가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모두가 대학으로 몰려갔을 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고 스스로 고민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대학졸업자들이 기술을 배우러 직업훈련기관을 찾는 ‘U턴 현상’은 문제의 해법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준다.

더 늦기 전에 달라져야한다.

고용기회를 넓혀 청년실업자를 흡수하는 경제정책은 물론이고, 다양한 삶의 가치관을 키우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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