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찼다가 기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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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추수감사제의 성격을 지닌 명절이라면 정월 대보름은 풍년 축원제의 성격이 짙은 명절이다.

둘 다 만월(滿月)이 되는 보름날의 축제라는 것도 흥미롭다.

달은 찼다가 기울고 기울었다가 다시 찬다.

완전히 기울면 사흘 동안 그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것이 주기적으로 되풀이되기 때문에 고대인들에게 삶과 죽음, 재생의 기본적 원형으로 받아들여졌다.

인간이 달에 갈 수 있는 지금은 달을 신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아직 달의 상징성은 농경시대의 명절풍습이나 문학작품에 남아 이어져 온다.

▲정초 대보름엔 그해의 길흉을 예견해 보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점복(占卜)과 기복(祈福) 벽사(?邪) 행사가 많았다.

대보름의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질 징조로 알았다.

또 달무리가 짙으면 풍년이 들고 옅으면 흉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초저녁에는 마을 동산에 올라 소원을 빌며 달맞이를 했다.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이 길한 것으로 믿었다.

두둥실 떠오르는 보름달을 가슴에 안아야 소원이 이뤄진다고 했다.

▲지방에 따라서는 사람들이 달 밝은 밤에 다리에 나갔다.

다리 밟기를 해야 한 해 동안 다리에 병이 생기지 않는다는 속신 때문이다.

또 한자쯤 되는 나무를 뜰 가운데 세우고 자정에 달빛으로 생긴 나무 그림자의 길이로 흉풍을 점쳤다.

그림자가 여덟 치면 대풍이 들고 일곱 치나 여섯 치가 돼도 길하며 다섯 치가 되면 불길한 것으로 여겼다.

달이 너무 휘영청 높이 떠올라 그림자가 네 치가 되면 수해와 병충이 성행하고 세 치면 곡식이 여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오는 일요일(12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정월 대보름맞이 행사’가 시작됐다.

조선 선조 때 학자 송익필(宋翼弼)의 시 ‘보름달’을 생각한다.

“(대보름달이 되려고) 못 둥글어 한(恨)이나, 둥글기 까지는 힘들어, 어찌 어찌 둥글어 졌는데, 이내 기울고 만다. 서른 밤에 둥근 날은, 단 하룻밤뿐, 우리 인생의 뜻도, 저와 마찬가지이니”

올해는 모두 대보름달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가슴을 비워야 달을 받아 안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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