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의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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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후기 정조 때 규장각 검서관(檢書官)을 지난 아정(雅亭) 이덕무(李德懋)의 시문집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는 열상방언(洌上方言)이라는 방언서(方言書)가 수록돼 있다.

열상방언에는 횡보행호거경(橫步行好去京)이라는 옛 속담이 기록돼 있는데 이를 뜻 그대로 풀이하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다. 즉 수단과 방법에 상관 없이 처음의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라는 의미이다.

02001년 3월 2002 한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교통법규 위반 신고보상제'(카파라치)가 도입된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자율감시 기능의 강화라는 취지를 내세워 각종 신고보상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 운영하고 있다. 부정.불법선거를 신고하는 선파라치를 비롯해 쓰레기 불법투기를 신고하는 쓰파라치, 불량.위해식품을 신고하는 식파라치 등 각종 '∼파라치'가 50여 종류나 있다고 한다.

물론 불법행위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행정력 만으로는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은 십분 이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고포상금제도는 당초 도입 취지와는 달리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포상금만을 쫓는 각종 '∼파라치'라는 전문 사냥꾼만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카파라치'는 이같은 부작용으로 2003년 1월 폐지됐는데 2년이 채 되지않은 기간동안 전국적으로 신고건수만 무려 430만건에 이르렀다니 이는 자율감시를 넘어 남발 수준이라고 밖에 볼 수없다.

0최근 건설교통부가 폐지된 교통법규 위반 신고보상제, 일명 '카파라치'를 재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건교부가 이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위험수위에 다다른 보행자 교통안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신고자를 시민단체 회원으로 한정하고 신고대상도 사고다발지역 교차로와 이륜차의 불법행위에 한정하고 기간도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카파라치' 재시행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국민들의 불신감이 높다는 얘기다.

신뢰받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인식이 아니라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거쳐 좋은 결론을 내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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