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충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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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미스월드대회는 당초 나이지리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신문의 칼럼 때문이었다. 당시 다수를 차지하던 나이지리아 이슬람교도들은 이 대회가 종교적으로 모욕감을 준다며 반대 입장에 섰는데 한 기독교신자인 저널리스트가 칼럼에서 “마호메트는 어떻게 생각할까. 솔직히 그도 아마 그들 중에서 한 명을 아내로 고르려고 할 텐데”라고 비꼬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이슬람교도 청년들이 신문과 사무실을 불태우고, 기독교를 표적으로 삼았다. 기독교 교인들도 보복에 나섰다. 양측의 격렬한 싸움으로 결국 200명 이상의 목숨이 희생됐고, 건물과 교회, 사원이 파괴됐다. 해당 저널리스트는 나이지리아에서 추방됐고, 대회는 런던으로 옮기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태는 외형적으론 종교분쟁이었다. 그러나 분쟁의 불씨는 그랬지만, 그 불씨에 석유를 부은 것은 경제문제였다. 여러 종족이 모여 사는 나이지리아는 60여년전만 하더라도 종족간 원한도 없었고, 종교간 분쟁도 없었다. 작은 마을 단위로 생활하면서 스스로 만족했다.

그러나 도시화가 이뤄지고, 석유가 발견되면서 일자리와 이권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평화롭던 지역에서 땅값이 오르자 순한 양이었던 주민들은 농토를 두고 목숨을 건 싸움을 벌여 걷잡을 수 없는 폭력사태를 맞기도 했다.

신문 칼럼에서 비롯된 종교간 분쟁의 원인도 경제였다. 폭력사태를 조사한 위원회는 이 사건의 원인이 종교간 증오가 아니라 부당한 토지 매각 등 경제적인 것이었음을 확인했다.

<>덴마크의 한 신문이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의 얼굴을 풍자만화의 소재로 삼으면서 비롯된 파문이 유럽과 아랍은 물론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번 사태도 이슬람과 기독교의 문화충돌로 비쳐지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이슬람권 국가의 국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슬람 시위대가 외국계 기업에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때문에 그 불똥은 우리에게도 튀었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북서부 페샤와르의 이슬람 7만여 명이 15일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인 삼미대우고속운수법인이 큰 피해를 당했다. 삼미대우의 버스 17대와 승용차 3대, 미니밴 3대가 전소됐고, 현지 직원 4명도 중경상을 입었다는 우울한 소식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어 걱정이다.

갈등의 뿌리가 종교 갈등에 앞서 이슬람권의 경제난에 있음을 세계는 알아야 한다. 단순히 문화충돌로 이해해선 그 해법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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