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의 경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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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를 보면 원시사회에서는 노인들을 잔학하게 대했다.

아프리카의 한 부족은 머리가 백발이 되면 죽였다.

남태평양제도의 어떤 부족은 노인이 되면 야자나무 위로 올려 보낸 뒤 밑에서 흔들어 떨어지지 않으면 더 살도록 하고 떨어지면 처형했다.

육체적인 힘이 세대사이의 관계를 규정했다.

그러나 문명이 조금 발전하면 노인들은 죽음을 당하지 않아도 혹독한 대우를 받는다.

▲몽테뉴의 ‘수상록’에는 다음과 같은 섬뜩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들이 늙은 아버지의 머리채를 잡고 문밖으로 끌어내는 순간, 노인이 이렇게 외쳐댄다.

“그만 둬 이놈아, 나는 내 아버지를 여기까지 끌어내지는 않았어, 이놈아”

서구문명이 유입되기 전까지는 중국이나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노인들이 지배력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정중하고 예의바른 대접을 받았다.

오랜 세월 변화가 없는 세계에서는 경험처럼 가치 있는 자산이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세대간의 관계도 급속도로 변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도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이나 배려는 시들어 가고 있다.

노인의 특권인 안정과 전통은 도외시되고 승리는 빠른 변화에 대처해가는 젊은이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노인의 경계선이 한창 일할 나이인 50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50에 이르면 자기 앞에 ‘그늘의 경계선’이 보이고 오싹하는 기분으로 그 경계선을 지나고 나면 젊음의 매혹적인 영역이 끝난 것으로 믿게 된다”는 영국 작가 조셉 콘래드의 ‘인생추분론’이 딱 들어맞는 말이 돼가고 있다.

▲맹자(孟子)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존경할만한 사람을 가리키는 ‘달존(達尊)’이란 말이 나온다.

맹자는 그런 인물의 세 가지 조건으로 사회적 ‘명예’와 ‘나이’, 그리고 ‘덕’을 꼽았다.

이 세 가지 중에서 덕을 가장 중요시하여 나이에 알맞은 덕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존경을 받으며 ‘멋있게 늙어가는’ 길은 현재 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다.

아득한 과거와 미래에 비추어 보면 현재란 하나의 점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같은 시대, 같은 공간 속에서 나와 공존하는 주위의 모든 사람처럼 소중한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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