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봄맞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봄이 오는 길목이라는 입춘에 매서운 강추위를 경험했지만 기습적인 꽃샘 추위도 한풀 겪었다.

계절은 사람보다 먼저 알고 찾아온다.

입춘이 지나고 우수를 견뎠으니 이제 개구리가 고개를 내미는 경칩(3월 6일)이 오면 기다리던 봄도 우리 곁에 바짝 다가설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입춘에 ‘보리뿌리 점’을 봤다. 보리뿌리를 뽑아 가닥이 두 개면 흉년이 오고 가닥이 세 개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던 까닭에 지금이라도 보리뿌리를 뽑아 점을 쳐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봄맞이 채비에 나설 때다.

가정이나 아파트, 사무실마다 지난 겨울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대청소에서부터 두터운 겨울옷 보관에 이르기까지 봄을 맞는 사람들은 분주할 것이다.

“大地가/ 香油 바르는 시각/ 유리창에 엉긴/ 어제를 닦는다// 어제의 매듭을 풀고/ 어제의 눈물을, 빗방울을/ 구석구석 닦아내어/ 山井湖水를 내 방 앞에/ 끌어다 놓았다/ 속눈썹이 자란/ 이 땅 버들눈이/ 나를 들여다 본다/ 봄을 기다리는 이의 속가슴을.”(김후란의 ‘봄맞이’ 전문)

한편의 시지만 봄을 맞으며 겨울을 닦아내는 마음이 정갈하다. 방에는 산정호수를 들여놓고 버들의 처음 트는 싹을 보고, 봄을 기다리며 가슴 저린 속마음이 있다.

이제 봄꽃을 심고 구석구석 청소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눈과 함께 핀다는 매화와 동백을 뒤로 하고 이제 봄이 오면 산수유, 진달래 등이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그리고 기다리던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고 종달새는 더 높이 떠 봄을 마음껏 노래할 것이다.

봄비 소리를 들으며 파릇 파릇 잎사귀가 돋아나고 아이들은 밖에 나와 신나게 뛰어 놀고… 봄이 오는 길목은 항상 기다린 만큼 이렇듯 설렌다.

누군가 봄을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시장기”라고 했 듯 봄은 그 풍요함이 먼저 기지개를 켠다.

가까운 주말에 오름이나 산을 찾아 봄맞이에 나서 자연과 더불어 오는 봄을 마음껏 즐겨보자. 바야흐로 봄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